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 "가자 북부 유엔 학교 공습 조사 중"
"남부 피란 수십만명 우려…전투지역 좁히고 대피 지역 지정 필요"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로 작전 지역을 확대하려 하는 가운데 남부로 대피한 민간인들의 안전을 먼저 고려하기 전에는 이 지역에서 하마스 소탕 작전에 나서서는 안 된다고 백악관 고위 관리가 경고했다.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은 19일(현지시간) CBS의 '페이스 더 네이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부에서 전투에 착수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정말 우려되는 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가자지구 주민 수십만 명이 이스라엘의 요구로 가자지구 북부에서 남부로 피란했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추가된 민간인들을 작전 계획에서 고려하기 전에는 그런 작전을 진행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이런 점을 그들(이스라엘 측)에게 직접 전달해왔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이너 부보좌관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북부의 군사 작전에서 교훈을 배워 전투 지역을 좁히고 민간인이 대피할 수 있는 지역을 특정해주는 등의 방식으로 민간인 보호를 확대·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을 앞두고 가자지구 북부의 민간인들에게 가자지구 남부로 대피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가자지구 주민 230만여명 중 약 3분의 2가 가자지구 남부로 피란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가자지구 북부를 거의 장악한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지도부와 조직원들이 남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고 남부로 전투 지역 확대를 예고하고 있어 간신히 남부로 대피한 민간인들의 피해 확대가 우려된다.
전날 이스라엘의 고위 안보 소식통은 로이터에 "(남부 주요 도시인) 칸 유니스는 몹시 어려울 것이다. 많은 테러리스트가 그곳으로 도망쳤고 작전 중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부 작전은 며칠 안에 본격 시작될 것이며 이집트 국경에 도착하기까지 한 달이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지난 16일 바니 수하일라, 크후자, 아바산, 카라라 등 칸 유니스 동쪽의 소도시 4곳에 대피하라는 전단을 살포했다.
이스라엘군은 남부에 지상군을 투입해 하마스 잔당을 섬멸하거나 이집트 국경 방향으로 더 밀어낼 것으로 보인다.
파이너 부보좌관은 또한 이스라엘군이 피란민들이 대피한 가자지구 북부 유엔 학교를 공습한 것과 관련해 정보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CNN의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방송에서 공습과 관련해 "내가 이 시점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유엔 시설에 대피한 무고한 민간인들이 피해를 입었다면 이는 전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는 이스라엘 측과 접촉해 무엇이 일어났는지 그들이 아는 것에 대해 파악하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날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 관리는 유엔이 운영하는 자발리아의 알 파쿠라 학교가 공습을 당해 최소 50명이 사망했다고 AFP통신 등에 말했다.
이 학교를 운영하는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 기구(UNRWA) 대변인도 공습 사실을 확인하면서 만 하루 동안 가자지구 북부의 유엔 학교 두 곳이 공습을 당했다고 밝혔다.
아직 정확한 사망자 수는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이 학교에서 찍힌 영상에 피 묻은 시신들이 2층 건물의 여러 방에 있는 모습이 담겼다고 CNN이 전했다. 사망자 가운데 여성과 어린이가 여럿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군은 사건을 조사 중이라고만 CNN에 밝혔다.
파이너 부보좌관은 향후 전후 처리 과정과 관련,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는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을 대표하는 유일한 공식적 기관이며,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를 모두 다스리는 주체에 관한 한 PA가 향후 해법의 일부가 돼야 한다는 게 우리의 견해"라는 미국의 입장을 CBS에 재확인했다.
그는 PA의 정통성이 도전받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PA가 이런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정통성과 능력을 개선하는 것을 미국이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끝난 뒤에는 PA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를 통합해 통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고에서 "두 국가 해법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주민 모두의 안보를 장기적으로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는 하나의 통치 구조하에 재통합돼야 하며 그건 궁극적으로 PA가 다시 힘을 찾은 뒤에 맡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현재 형태의 PA는 전후 가자지구에 대한 책임을 넘겨받을 능력이 없다고 밝혀 엇박자를 다시 한번 연출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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