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팀 "퀘르세틴이 알코올 대사 방해…독성 아세트알데히드 축적"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적포도주를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고 메스꺼움과 두통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런 '레드와인(적포도주) 두통'이 생기는 것은 바로 포도주 속 항산화물질인 '퀘르세틴' (quercetin)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UC 데이비스) 앤드루 워터하우스 교수팀은 21일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서 적포도주 속 플라바놀 성분인 퀘르세틴이 알코올 대사를 방해해 두통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레드와인 두통'은 소량의 와인을 마신 후 30분에서 3시간 이내에 발생하는 증상으로, 다른 알코올음료를 마실 때 두통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일어나지만, 아직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알코올음료를 마시면 체내에서 알코올이 독성 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로 바뀌면서 안면 홍조, 두통, 메스꺼움 등을 일으킨다. 체내 효소에 의해 아세트알데히드가 아세테이트 등으로 바뀌면 이런 증상이 사라진다.
하지만 아세트알데히드가 분해되지 않고 쌓이면 두통과 구토 등 숙취를 일으키게 된다. 특히 동아시아인의 40% 정도는 아세트알데히드 분해효소가 없거나 매우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적포도주 속에 들어 있는 항산화 물질 퀘르세틴이 혈류에 들어가면 '퀘르세틴 글루쿠로니드'(quercetin glucuronide)라는 형태로 바뀌는데, 이 물질이 알코올의 정상적인 대사를 방해해 아세트알데히드가 축적되게 한다고 밝혔다.
워터하우스 교수는 퀘르세틴은 건강에 좋은 물질로 알려졌지만, 알코올과 함께 대사가 이루어지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퀘르세틴은 포도를 포함한 다양한 과일과 채소 속에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플라바놀 성분의 하나로 항산화 작용을 하는 건강 물질로 알려져 있으며 보충제 형태로 먹기도 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퀘르세틴은 포도가 햇빛에 반응해 생성하는 물질로 포도송이의 햇빛 노출 정도에 따라 함유량이 많으면 4~5배 정도 차이가 난다. 또 포도주 발효와 숙성, 정체 과정 등 와인 제조과정에 따라 퀘르세틴 함량이 달라질 수 있다.
공동 저자인 모리스 레빈 신경학과 교수는 "'레드와인 두통'은 수천 년 된 미스터리 중 하나"라며 "이 연구에서 올바른 답을 찾은 것으로 생각한다. 다음 단계는 이런 두통이 발생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과학적 테스트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퀘르세틴이 많이 함유된 적포도주와 거의 함유되지 않은 적포도주를 사용하는 소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퀘르세틴과 '레드와인 두통'의 인과 관계를 더 명확히 밝혀낼 계획이다.
워터하우스 교수는 "왜 누구는 다른 사람보다 '레드와인 두통'에 더 취약한지, 이들은 알코올 대사 효소가 퀘르세틴에 의해 더 쉽게 억제되는지 등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게 많다"며 "앞으로 연구에서 그 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출처 : Scientific Reports, Andrew Waterhouse et al., 'Inhibition of ALDH2 by Quercetin Glucuronide Suggests a New Hypothesis to Explain Red Wine Headaches'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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