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열풍·채식 선호 등에 외국서 인기…스낵·타코 등 응용으로 거부감도 줄어
외국인들 한식하면 떠오르는 메뉴 '김치'…한인 소비서 현지인으로 무게추 이동
외국서 11월22일 김치의날 제정 확산…"해외서 김치 소비 늘고 수출도 증가"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신선미 차민지 기자 = 우리 민족의 밥상에 오랫동안 오른 김치가 이제 세계인이 찾는 음식으로 떠오르게 된 데는 한류 열풍과 채식 등 건강 트렌드가 한몫했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김치를 먹는 장면이 자주 노출되면서 이를 경험하려는 외국인이 늘어난 데다 전 세계적으로 채식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김치가 '헬시푸드'(건강식)로 주목받게 된 것이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2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김치 인기에 대해 "K-콘텐츠 영향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이나 배우가 먹는 음식을 한번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 문화적인 측면도 있고 김치가 '헬시푸드', '지속가능 음식'이라는 인식이 세계적으로 확산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창현 세계김치연구소 문화진흥연구단장은 "예전에는 해외에서 김치를 이민자 식품으로 바라봤고 마늘 냄새나 빨간 색감을 꺼리기도 했으나 요즘에는 세대 자체도 변화했고 김치를 먹는 문화 자체를 즐기는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해외에선 김치를 생식하는 것보다 스낵으로 즐기거나 핫도그, 타코 등 응용해서 먹는 경우가 많아 거부감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식진흥원이 지난해 9∼10월 16개국 18개 도시 현지인 9천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선 '한식' 하면 떠오르는 메뉴로 김치가 38.3%를 차지해 1위를 기록했다.
또 한식 취식 경험자 대상 조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한식 메뉴로 한국식 치킨(16.2%)에 이어 김치(12.5%)가 2위에 올랐다.
국내 기업들의 물류망 구축과 현지화도 김치의 세계화를 이끈 요인 중 하나다.
대상의 김치 브랜드 '종가'는 현재 미주와 유럽 등 60여개국에 진출해 있다.
대상 관계자는 "아시아권에선 수출 물량 80% 이상을 현지인이 소비하는 등 인기가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며 "미주와 유럽 등 서구권에서도 김치를 찾는 현지인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대상은 지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김치공장을 완공하고 일반 김치뿐 아니라 현지 식문화와 트렌드를 반영한 백김치, 비트 김치, 양배추김치 등을 생산하고 있다.
올해는 '서울' 김치 등을 판매하는 아시안 식품 전문회사 럭키푸즈를 인수해 김치 생산기지를 추가로 확보했고 유럽 시장을 겨냥해 내년에는 폴란드에 김치 공장을 준공한다.
올해 1∼10월 김치 수출액은 지난해 동기보다 10.1% 증가한 1억3천59만달러로 집계됐다. 연말까지 기존 증가세가 이어지면 올해 수출액은 2021년에 기록한 최대치(1억5천992만달러)를 경신할 수도 있다.
올해 1∼10월 김치 수출량은 3만7천110t(톤)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7.2% 늘었고 역시 기존 증가세가 지속되면 2021년 기록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김치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며 각국에서는 '김치의 날' 제정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김치의 날은 김치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지난 2020년 제정된 법정기념일로, 김치 재료 11가지가 모여 22가지 이상의 건강 기능성 효능을 낸다는 의미를 담아 매년 11월 22일로 정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현재까지 미국, 브라질, 영국 등 3개국의 일부 지역과 아르헨티나에서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제정했다.
미국에서는 2021년 8월 캘리포니아주에 이어 버지니아주, 뉴욕주 등에서도 김치의 날을 제정했다.
브라질에서는 상파울루시가 지난 6월 김치의 날을 제정했고, 영국 킹스턴왕립구는 유럽 최초로 지난 7월 김치의 날을 정했다.
김춘진 aT 사장은 "각국 김치의 날 제정안에는 한국이 김치 종주국이며 유네스코가 김장을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며 "세계인들이 김치를 함께 즐기길 바라며, 우리도 세계인의 기호와 입맛에 맞는 김치 수출을 늘려 K푸드의 가치를 높이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경숙 한식진흥원 이사장은 각국의 김치의 날 제정 움직임과 관련, "김치가 미국, 아르헨티나, 브라질, 영국 등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음식이 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한국 김치의 인기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창현 단장은 "전체적으로 해외에서 김치를 찾는 소비의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한인이나 유학생이 주로 찾았다면 이제는 메이저 유통 채널에도 많이 입점했다"고 설명했다.
문정훈 교수는 "국내 시장에서 김치 섭취량이 줄어들고 있는 만큼 제조사 입장에서는 해외 시장을 적극 개척해야 할 것"이라며 "영화나 유튜브에 노출됐을 때 더 좋은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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