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노출' 경고 메시지에 유머·조롱 담아
좌석에 발 올리기·흡연·자전거 방치 등 승객 불만 급증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저녁 7시3분, 프랑스는 세브린이 오늘 저녁 라자냐를 준비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충격입니다"
프랑스 철도공사(SNCF)가 20일(현지시간)부터 파리를 비롯한 수도권 내 179개 기차역과 소셜미디어에 게재한 캠페인 문구다.
열차 안에서 내 집처럼 시끄럽게 큰소리로 통화하는 승객을 겨냥해 유머와 조롱 섞인 메시지를 내놨다.
열차 안 '비매너'는 현지 언론들까지 나서서 문제를 제기할 만큼 도를 넘어서고 있다.
큰 소리로 통화하는 건 물론이고 심지어 담배를 피우거나 시끄럽게 음악을 듣는 사람, 맞은편 좌석에 발을 올려놓거나 기름기 가득한 상자를 좌석 위에 올려놓고 피자를 먹는 사람 등 가지각색이다.
SNCF가 한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수도권(일드프랑스) 거주자의 77%가 대중교통 이용 도중 다른 승객의 무례한 행동을 자주 목격한다고 응답했다.
가장 짜증 나는 행동으로는 응답자의 35%가 큰 소리로 통화하기를 꼽았고, 18%는 좌석에 발 올리기, 14%는 자전거나 킥보드로 인한 통행 방해라고 답했다.
이런 비매너 '덕분에' 굳이 알지 않아도 될 남의 사생활을 엿듣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하철을 자주 이용한다는 스테판(55) 씨는 파리지앵에 "출근길 아침 열차 안에서 의도치 않게 한 커플의 이별을 목격했다"며 "한 20대 여성이 상대방의 이름을 부르며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더니 거의 소리를 지르다시피 속엣말을 다 쏟아냈다"고 전했다.
SNCF는 올해 연말까지 수도권 승객이 제기한 불만 건수가 16만건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 가운데 90%가 다른 승객의 무례한 행동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SNCF는 "모든 승객은 예의 없는 행동의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될 수 있다"며 "이번 캠페인을 통해 열차에 탄 모든 사람이 다 함께 더 나은 삶을 살자는 인식을 강조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SNCF는 이달 30일 생 라자르역에서 퇴근 시간대 캠페인 홍보 부스도 운영한다. 캠페인의 모델이 된 '세브린'이 저녁으로 계획한 라자냐 시식회도 열린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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