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북부 장악했지만 하마스 군사역량 일부만 파괴
200만명 넘는 피란민 하마스와 구분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지상을 장악한 이스라엘군이 가자 남부로의 진격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피란민들 사이에 숨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잔존 세력을 찾아내 재기의 여지를 없애겠다는 것이지만 앞으로의 전쟁은 지금까지보다 더욱 힘겨울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이 6주째 이어지는 이번 전쟁의 가장 어려운 단계가 될 가자지구 남부로 군사작전의 초점을 옮기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전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남부로의 진격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이달 17일 기자들에게 "우리는 계속 전진하기로 결심했다"면서 "가자지구 남부는 물론 하마스가 있는 모든 곳에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WSJ은 미 정부 당국자를 인용, 미국 정보기관들은 현재 가자지구 북부에 있는 이스라엘 지상군이 몇 주 안에 북부에서의 작전을 마치고 남하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남부에 대한 이스라엘군 공세의 주된 목표 중 하나는 가자지구와 외부 세계의 유일한 접점인 남부 국경지대를 점령하는 것이 될 전망이다.
이집트 시나이 반도와 맞닿아 있는 이 지역에는 여러 땅굴이 숨겨져 있는데 이를 파괴하면 하마스 주요 인사들의 국외 탈출과 무기 등의 반입을 차단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의 배후로 알려진 하마스 정치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와 군사조직 알카삼 여단 최고사령관 무함마드 데이프 등을 사살 혹은 검거하는 것도 이스라엘군의 주요 목표로 꼽힌다. 하마스는 지난달 7일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 공격해 1천400여명을 살해하고 약 240명을 인질로 끌고 간 것으로 파악된다.
이스라엘군은 북부 공략에서와 마찬가지로 남부 거점도시 칸 유니스와 이집트와의 국경 검문소가 있는 라파 일대의 군사 목표물을 폭격한 뒤 여러 방면에서 동시에 지상군을 진격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가뜩이나 심각한 민간인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번 전쟁으로 가자지구에서 숨진 팔레스타인인의 수가 1만3천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 지상군 진입에 앞서 몇 주에 걸쳐 주민들을 피란시켰는데도 이 정도 피해가 났는데, 더는 피란할 곳이 마땅찮은 남부에서 같은 방식의 작전을 벌인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미군 장교 출신의 시가전 전문가 존 스펜서는 "(북부에서와) 다른 점은 그들(이스라엘군)이 모두를 그곳으로 내려보냈다는 점이다. 그들은 민간인과 하마스를 구분하기가 더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수일간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남부 일대에 지중해 연안 알마와시 지역으로 피란하라는 전단을 살포해 왔으나, 면적이 약 11㎢에 불과한 알마와시에 200만명이 넘는 피란민을 수용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을 이집트 시나이 반도로 몰아내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분위기도 피란민들이 이스라엘군의 지시를 섣불리 따르지 못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북부에서와 달리 더는 달아날 곳이 없는 남부에선 하마스의 저항도 더욱 거셀 수 있다. 이스라엘군은 현재까지 제거한 하마스 무장대원의 수가 약 1천명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3만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전체 병력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숫자다.
민간인 밀집지역이나 땅굴 등에 몸을 숨긴 하마스 고위인사들이 납치해간 이스라엘인과 외국인 인질들을 내세워 이스라엘군과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가자지구 북부를 점령한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땅굴이 발견되면 내부에 진입하지 않고 입구를 폭파하는 방식으로 무력화해 왔지만, 앞으로는 인질이 안에 있는지 파악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란 게 군사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스라엘군도 이런 문제와 관련해선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인 리처드 헥트 중령은 "우리 작전 계획이 어떤 것인지는 말해줄 수가 없다. 우리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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