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규제국장 "식약처 백신 규제환경 우수…타국에 적용돼야"
(서울=연합뉴스) 조현영 기자 = 로제리오 가스파 세계보건기구(WHO) 규제 및 사전심사 국장은 21일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백신에 대한 규제 환경이 우수하므로 이를 WHO 우수규제기관 목록(WHO Listed Authorities·WLA) 등재를 통해 다른 국가에도 적용하고 참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가스파 국장은 이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3 세계 바이오 서밋'에서 진행한 국장급 양자 면담에서 이같이 밝혔다. 세계 바이오 서밋은 정부가 바이오 분야 세계적인 리더를 초청해 국제 공조 방안을 논의하는 연례 국제행사로, 올해에는 20일부터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양자 면담은 WHO가 지난달 식약처를 WHO 우수규제기관 목록에 등재한 것을 기념해 진행됐다. 식약처에서는 강석연 의약품안전국장이 참석했다.
가스파 국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규제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뼈저리게 느껴 의약품 접근에 소외되는 나라가 없게 하기 위해 WLA 시스템을 만들었다"며 "식약처는 국제적으로 잘 협력하고 있고 규제 시스템이 확고해서 세계적인 의약품 안전 수립에 있어 큰 역할을 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WLA는 WHO가 의약품 규제 기관의 규제 시스템과 업무 수행 능력을 평가해 그 수준이 뛰어난 규제 기관을 목록화한 것으로, 기존 우수 규제기관 목록인 SRA를 대체해 우수 규제기관을 선별하기 위해 새롭게 도입된 제도다. 식약처는 의약품과 백신 분야 약물 감시, 제조·수입 허가, 국가 출하 승인 등 8가지 기능을 인정받았다. 이 지위는 지정 후 5년간 유지되고 이후 재평가를 거쳐 다시 지정될 수 있다.
SRA는 2015년 이전에 의약품국제조화회의(ICH)에 가입한 규제 기관들의 목록으로, WHO는 이들이 UN 산하 기관의 의약품·백신 조달에 참여하게 되면 품질 인증을 예외해 주는는 등 유리한 조건을 부여하고 있다. 아울러 많은 국가들이 이 목록을 기준으로 참조국을 정해 의약품 허가 심사 등에서 혜택을 제공한다.
식약처는 2016년에 ICH에 가입해 SRA에 포함되지 않아 이런 혜택을 누릴 수 없었지만, WLA 등재되면서 동등한 수준의 지원책을 받게 된 것이다.
강 국장은 "현재는 베트남 등에서 참조국을 WLA로 바꾸려고 하고 있다"며 "일단 업무협약(MOU)을 통해 여러 나라와 협력 관계를 구축한 다음 우리나라를 참조국으로 삼아달라는 식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조국이 되면 허가에 있어 패스트트랙을 적용해주거나 자료를 면제해주는 나라가 많아져 기업들의 수출 역량이 확대될 것이라고 강 국장은 덧붙였다. 식약처는 현재 파라과이 등과 관련 MOU를 체결한 상태다.
다만 이번 WLA 등재에선 의약품 분야 '시판 허가' 기능은 빠졌는데, 이에 대해 강 국장은 "시판 허가를 위해 거쳐야 하는 검토 절차가 있는데 식약처는 인력이나 검토 기간이 다른 나라에 비해 충분하지 않아 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더 어필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개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hyun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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