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협상 진통 겪나…애초 23일 관측보다 시작점 하루 지연
"합의 취약한 상태"…이스라엘, 모사드 수장 카타르에 급파
국제사회 휴전 연장·확대 촉구…이 "하마스 소탕 끝까지" 강경론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임시휴전 합의가 24일(현지시간) 이후에 이행된다.
양측이 인질과 수감자 교환, 교전중지 등 세부 사항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행 시점에 애초 예상보다 지연되는 듯한 정황이 관측되고 있다.
국제사회의 이목은 후속 협상이 조속히 마무리돼 인도주의 위기를 겪고 있는 가자지구 휴전과 구호, 인질 석방이 이뤄질지에 쏠려 있다.
A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차히 하네그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은 22일 오후 늦게 이스라엘 총리실이 발표한 성명을 통해 "피랍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이 진전되고 있으며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네그비 보좌관은 이어 "석방 시작은 당사자 간의 원래 합의에 따라 시작될 것이며 금요일(24일) 이전에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FP 통신은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해 하마스와의 교전이 "24일 전에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애초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합의한 나흘간의 임시휴전은 23일 발효될 것으로 관측돼 왔다.
이집트 국영 알카히라 TV는 휴전 합의가 현지시간 23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5시)에 발효된다고 보도했고, 로이터 통신도 이집트 안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23일 오전 10시 휴전 개시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발표로 24일 이후 시작될 가능성이 커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오후 늦게 열린 기자회견에서 합의 이행 연기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으며 하네그비 보좌관의 성명은 회견 1시간가량 뒤에 나왔다.
또한 하네그비 보좌관의 성명이 나오기 직전, 이스라엘 당국은 현지 기자단에 인질 귀환 취재를 위한 미디어 센터를 23일 정오에 텔아비브에 열 것이라고 공지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앞서 이스라엘 정부는 22일 새벽 각료회의 투표를 통해 하마스와의 임시 휴전과 인질 석방 합의안을 승인했다.
임시 휴전은 지난달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하마스가 억류 중인 인질 50명을 석방하고, 이스라엘이 그 대가로 나흘간 휴전과 함께 자국 교도소에 수감 중인 팔레스타인인 150명을 풀어준다는 내용이 합의의 골자다.
팔레스타인 쪽 한 소식통은 로이터 통신에 이달 말까지 풀려나는 인질이 최대 100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밤 기자회견에서 국제적십자위원회(ICRC)가 가자지구에 남아 있는 인질을 방문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하마스와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는 기습 공격 때 240여 명을 납치해 억류하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수감자 중 석방자 후보 300명의 명단을 법원을 통해 공개했으며 이 가운데 석방 반대 의견이 없는 150명을 풀어준다는 방침이다.
또 다른 중대한 합의 사항은 인도주의 구호를 확대하는 것이다.
개전 이후 가자지구에서 1만4천명 이상 사망자와 수많은 부상자, 170만명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주민들은 물과 식량, 의약품, 생필품 부족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번 합의와 관련해 인도주의 구호 트럭 수백 대가 향후 며칠간 가자지구에 도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언론은 트럭 200∼300대 분의 연료와 구호품이 매일 가자지구에 진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카타르 중재로 이뤄진 이번 합의의 세부 사항을 결정하기 위한 후속 협상을 이날 밤까지도 이어가고 있다.
이스라엘은 합의 세부사항 협상을 위해 정보기관 모사드의 수장인 다비드 바르니아 국장을 카타르로 급파했다고 밝혔다.
당초 예상됐던 23일이 아닌 24일 이후에야 인질 석방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도 깨지기 쉬운 이번 합의의 특성을 보여준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합의 내용이 "전부 완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해 이번 합의가 복잡하며 깨질 우려가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스라엘군(IDF)은 인질 귀환 과정이 복잡하며 아직 구체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DPA 통신에 따르면 다니엘 하가리 IDF 수석 대변인은 이날 저녁 IDF가 이번 합의의 첫 단계 이행을 준비하고 있으나 인질들의 귀환 작업에는 시간이 걸리며 여러 단계를 거쳐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랍권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에서는 나흘간으로 제한된 이번 임시휴전을 연장,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은 이날 요르단, 이집트 외무장관들과 함께 영국 런던을 방문한 자리에서 "(가자지구의) 인도주의 접근 증가는 유지되고 강화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종식과 관련해 "시간표, 종점, 이행 체계, 보장이 있는 계획이어야 하며 전 세계가 지지하고 미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파르한 사우디 외무장관과 대화에서 가자지구 분쟁의 추가 확대를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미 국무부가 밝혔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하마스 소탕을 위한 전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밤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합의에 노력해준 데 사의를 표시했다면서 "우리는 하마스를 궤멸하고 인질 전원을 되돌려받으며 가자지구가 더는 이스라엘에 위협이 되지 못하도록 하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고도 말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 작전도 계속됐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텔레그램에서 "가자지구 북부 셰이크 자예드 지역에 있는 하마스의 북부 여단 본부에 대한 작전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 작전이 지하 터널 여러 지점에서 이뤄졌으며 하마스 대원 수십 명을 사살했다고 말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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