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이스라엘 대치…휴전 연장·확대 vs 전쟁 계속한다

입력 2023-11-23 11:44  

국제사회-이스라엘 대치…휴전 연장·확대 vs 전쟁 계속한다
구호단체 "나흘 너무 짧다"…아랍권 "이팔분쟁 해결 계기로"
미국 등 이스라엘 자위권 두둔하면서도 '민간인 보호' 무게
"가자지구 내부엔 '약간의 안도감'과 '끝은 아냐 불안감' 뒤섞여"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나흘간의 임시 휴전과 인질 석방에 합의한 가운데 국제사회에서 휴전을 확대하고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 같은 압박에도 하마스 자체가 없어질 때까지 전쟁을 이어간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이스라엘의 우방들은 원칙적으로는 이스라엘의 안보, 자기방어권을 강조하면서도 가자지구 민간인 참사를 막아야 한다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22일(현지시간) AFP·블룸버그·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사우디 아라비아, 요르단, 이집트 외무장관들은 이날 영국과 프랑스를 차례로 방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 등을 만났다.
이들은 이번 휴전이 연장돼 궁극적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의 첫 단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미국과 카타르의 중재로 협상을 벌인 끝에 나흘간의 임시 휴전과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 석방,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 등에 합의했다.
임시 휴전은 지난달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이는 이미 사망자만 1만4천명 이상이 나온 하마스의 근거지 가자지구에 인도주의 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 주목을 받는다.
아랍권 외무장관들은 이날 런던에서 열린 미디어 브리핑에서 인도주의 참사가 벌어지고 있는 가자지구에 대한 구호가 인질 석방과 관계없이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무장관은 "인도주의 접근 증가는 유지돼고 강화돼야 한다"며 "추가 인질 석방을 근거로 인도주의 구호를 줄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인질 억류로 가자지구의 민간인을 벌하는 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종식과 관련해 "시간표, 종점, 이행 체계, 보장이 있는 계획이어야 하며 전 세계가 지지하고 미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파리에서 이들 장관을 맞이한 마크롱 대통령은 임시휴전 합의가 확대되고 지속적인 휴전으로 나아갈 계기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 구호·인권 단체들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합의한 나흘간의 휴전만으로는 제대로 된 인도적 구호 활동을 할 수 없다며 휴전 기간 연장을 요구했다.
캐서린 러셀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총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이번 휴전 합의 기간에 신속한 구호 활동이 이뤄지도록 준비하고 있지만 팔레스타인인의 필요를 충족시키기에는 휴전 기간이 너무 짧다고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 팔레스타인 사무소장인 제이슨 리도 이번 휴전 합의가 올바른 방향이며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완전한 휴전을 대신할 수 없다면서 가자지구에 지금 필요한 것은 작전상, 안전상 관점에서의 휴전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앰네스티(AI) 미국의 폴 오브라이언 대표는 일시 휴전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인권의 관점에서도 확실히 부족한 기간이라고 지적했다.
소셜미디어에 전쟁을 기록해온 비산 오다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나흘의 휴전이 "가자지구 군사작전의 끝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잔해에서 시신을 꺼내 매장하고, 실종자를 찾고, 길을 열고, 부상자를 치료할 시간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가자지구 내부에서는 임시휴전 합의 소식에 '약간의 희망과 안도감'이 돌고 있지만 종전은 아니기에 우려하는 분위기가 뒤섞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택시 운전사 아메드 나사르(27)는 이 매체와의 통화에서 "아주 약간의 안도감이 든다"며 합의가 깨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휴전이 얼마나 유지될지에 대해서는 이스라엘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도 회의적 시각이 많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전면 해체라는 애초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밤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협상 진전에 노력해준 데 사의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하마스를 궤멸하고 인질 전원을 되돌려받으며 가자지구가 더는 이스라엘에 위협이 되지 못하도록 하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고도 말했다고 밝혔다.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휴전이 인질이 모두 석방될 때까지 연장될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주목한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이번 합의의 효과 중 하나는 이스라엘 내부에서 이스라엘 정부를 향해 남은 인질들의 석방을 보장하라는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자국민이 인질로 잡혀있는 국가를 비롯한 각국 정부가 이번 합의를 계기로 이스라엘에 휴전을 지속하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관측한다.
실제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와 통화하고 추가 인질 석방 노력을 논의했다고 미국 국무부가 밝혔다.
그러나 이스라엘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서방 주요 강국들이 휴전에 대해 일관되게 압박하지 않고 있다고 FP는 짚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은 가자지구의 상황에 우려를 표시하면서도 원칙적으로는 이스라엘의 안보와 자기방어권을 존중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전면 해체를 안보 수호 또는 자기방어권 확립으로 간주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아랍권 장관들에게 휴전 연장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이스라엘의 안보는 모두에게 존중돼야 한다. 이스라엘 안보에 대한 아주 확고한 보장 없이는 지속적인 휴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cheror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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