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전력생산 전망, 전쟁전 대비 3분의 1 수준 불과
첫눈 후 공습 불안 고조…방공망·자가발전 강화로 대비 '안간힘'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지난 겨울 러시아가 전력 시설에 가한 집중 공격으로 전기 없이 혹독한 겨울을 보내야 했던 우크라이나에 또 한 번의 겨울이 닥쳐왔다.
당시 망가진 전력망이 채 복구되지도 않은 채 개전 후 두 번째 겨울을 맞으면서 우크라이나 국민의 고통이 지난해보다도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에 추위가 찾아온 가운데 러시아군이 지난해 겨울 발전 시설에 벌인 대규모 공격이 재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올 겨울 공습이 시작도 되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전력 상황은 지난해보다 나쁜 것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자국의 정확한 전력망 사정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지난 겨울 러시아의 공격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의 전력 시설 대부분은 아직 복구되지 못한 상태다.
올해 여름 나온 유엔(UN)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우크라이나의 총 전기 생산량은 전쟁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 의회 에너지위원 출신의 빅토리아 보이치스카 전 의원은 NYT에 "(유엔 보고서 이후로) 거의 바뀐 것이 없다"며 "지난해보다 훨씬 더 상황이 나쁘다"고 말했다.
유엔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번 겨울 공급 가능한 전력량을 전쟁 이전의 3분의 1 수준인 4.5기가와트라고 밝혔다.
이는 올해 여름 유엔 보고서에서 예측한 추정치와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여름 이후로도 전력망 복구가 거의 이뤄지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헤르만 갈루셴코 우크라이나 에너지부 장관은 전력망 복구를 위해 2억8천만 달러(약 3천600억원)가량을 투자했으나, 전쟁 이전 수준으로 전력 생산량을 복원하는 것은 아직 요원하다고 말했다.
알렉시 쿠체렌코 국회 에너지위원회 부회장은 "수십 년을 들여 지은 에너지 설비를 1년 만에 완전히 복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도인 키이우에 22일 첫눈이 내리는 등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자 언제 러시아가 다시 전력 시설 공습을 시작할지 모른다는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생산 설비를 겨냥해 1천200기가 넘는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우크라이나에서는 11월 중순부터 이미 전력망 절반가량이 기능을 멈추면서 많은 이들이 추위와 어둠 속에서 떨어야 했다.
아직 러시아가 작년과 같은 집중 공격을 시작하지 않은 것은 올해 가을 이상 고온으로 추위가 늦게 찾아와서 그런 것일 뿐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본격적인 공격이 시작될 것이라는 추측이 우세하다.
실제로 최근 우크라이나 전력망을 겨냥한 러시아의 드론 공격은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 지역에서 벌어진 드론 공격으로 약 2천가구에 전력 공급이 일시적으로 끊기기도 했다.
올렉시 다닐로우 우크라이나 국가안보보좌관은 영국 일간 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올해 가을은 따뜻했고 러시아는 이러한 공격을 잠시 미뤘으나 그들은 분명히 다시 올 것이다. 우리는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전력 시설 주변의 방공망을 강화하고 기업들이 자가발전 설비를 미리 마련하도록 하는 등 대비에 나서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지난 주말 벌어진 러시아의 드론 공격에서 자국 방공 시스템이 드론 여러 대를 격추해 피해를 줄였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당시 연설에서 "당신들의 정확성은 말 그대로 우크라이나의 생명"이라고 방공군의 활약을 치하하는 한편 "겨울에 가까워질수록 러시아인들은 공격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wisef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