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이주민 사상 최다…총선 앞둔 수낵정권에 압박 가중

입력 2023-11-24 10:15  

영국 이주민 사상 최다…총선 앞둔 수낵정권에 압박 가중
순이주 74만5천건…보건·복지 노동자 등 합법이주 급증
"인력수입 탓 임금 깎여"…브렉시트 촉발한 반감 자극받나


(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지난해 영국으로 들어온 사람이 나간 사람보다 74만5천명 많아 순이주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내년으로 예상되는 총선을 앞둔 리시 수낵 총리의 정치적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 등이 23일(현지시간) 밝혔다.
영국 통계청(ONS)은 이날 지난해 순이주가 지난 5월 발표한 잠정치보다 13만9천명 증가한 74만5천명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지난 6월 기준 이전 12개월 순이주도 1년 전보다 6만5천명 늘어난 67만2천명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ONS는 합법적인 이주자 가운데 비(非)유럽연합(EU) 국가 국적자가 다수였으며 그중에서도 인도와 나이지리아 중국 국적자가 가장 많았다고 설명했다.
ONS는 보건과 사회복지 분야의 인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받아들인 이주자가 특히 많았다면서 최근 들어서는 더 오래 체류하고 취업비자를 취득하는 유학생도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ONS는 6월 기준 이전 12개월 순이주가 지난해보다 줄어들긴 했지만, 추세적인 하락세에 들어섰는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고 덧붙였다.
이민정책은 지난 10년간 합법적인 이주자가 급증세와 맞물려 영국 정치권의 주요 쟁점으로 부각된 사안으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자극한 요인 중 하나였다.
보수당이 이끄는 정부는 10년도 넘게 순이주를 줄이겠다고 약속해왔고, 한때 그 목표를 10만명 미만으로 설정한 적도 있었지만, 브렉시트 이후 핵심 부분에 노동력이 부족해지면서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실시된 2016년 영국 이주자는 32만9천명 수준이었다.
이주자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이민정책이 내년에 열릴 총선에서도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수낵 총리는 불법 이민자 단속 강화를 핵심 이민정책으로 내세웠으나 지난주 불법 망명 시도자를 르완다로 보내려는 정부 계획에 대한 법원의 불법 판결이 내려지면서 타격을 입었다.
이런 상황에서 합법 이주자까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보다 강력한 이민규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집권 보수당 내 신보수그룹 의원들은 성명을 통해 당의 생사가 걸린 문제라며 강력한 이민 대책을 촉구했다.
시몬 클라크 보수당 의원은 엑스(Xㆍ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경제적, 사회적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합법 이주자가 늘어났다면서 값싼 해외 노동력에 의존해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생산성과 임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정책변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야당인 노동당도 보수당이 이민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경제에 대한 계획도 없음이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수낵 총리도 순이주가 너무 많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추가적인 순이주 감소 대책 마련을 시사했다.
k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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