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출마 공식화 전망…재선 성공후 추가 동원령 내릴지 주목"
러 여론조사서 응답자 3분의 2 "우크라와 평화합의 지지"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러시아 차기 대선이 내년 3월로 다가오면서 23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새로운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선거에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출마해 재선되는 결과가 유력하다고 23일(현지시간)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내달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푸틴 대통령은 1999년 처음 대통령직에 오른 이후 잠시 총리를 맡은 2008∼2012년 4년을 제외하고 계속 권좌를 지켜왔다.
주목할 지점은 이번 대선이 작년 2월 24일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수군사작전'을 명령한 이후 치러지는 첫 대형 선거란 점이다.
NYT는 "이 선거는 푸틴의 2024년 전쟁 전략과 직접적으로 연계돼 있다"면서 "구체적으로는 (대선에 승리해) 5번째 임기를 확보한 뒤 국내적으로 인기 없는 결정일 추가 동원령을 내릴지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러시아 독립매체 메두자의 러시아 정치분석가 안드레이 페르체프는 "전쟁과 동원령은 갈수록 인기를 잃고 있다. 이것들은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면서 전쟁이 지속되는 상황 자체가 푸틴 대통령의 재선 노력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현지 여론조사 기관 러시안 필드가 최근 진행한 조사에선 응답자의 거의 3분의 2가 우크라이나와의 평화 합의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안 필드 조사에서 종전 지지 여론이 과반수를 차지한 건 이번이 첫 사례다.
페르체프는 크렘린궁도 이런 분위기를 아는 까닭에 최근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보다는 국내 기반시설 개발 등 보다 일상적인 사안을 의제로 삼는 양상을 보여왔다고 전했다.
일례로 이달 20일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내 12개 지역에 버스 570대를 전달하는 행사를 직접 주재했다. 대선을 앞두고 최근 모스크바에서 열린 대규모 전시회에는 푸틴 대통령의 각종 치적을 소개하는 대형 설치물이 세워졌지만 전쟁과 관련해선 어떠한 내용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NYT는 지적했다.
대다수 전문가는 푸틴 대통령이 과거와 마찬가지로 압도적인 지지로 재선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를 통해 푸틴 대통령은 한때 최측근으로 꼽혔던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올해 6월 무장반란을 일으키면서 상처 입은 지도력을 다시 세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것이 진짜로 민의를 묻는다는 건 아닐 것이라고 한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유럽대학의 정치학 전문가 그리고리 골로소프 교수는 "일반 대중과 지배계급 모두가 오랫동안 러시아에는 실질적인 정치경쟁이 없었다는 사실을 안다. 진짜 정통성과 모방 사이에 큰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2020년 헌법을 개정해 대통령 중임 가능 횟수를 두차례로 못 박으면서도 자신은 예외로 두어 재선을 가능하게 했다.
이번 대선에는 이전 여러 차례 대선에서와 마찬가지로 러시아 공산당과 민족주의 정당인 자유민주당 등이 후보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처럼 자유주의 성향 야권 후보가 나올지는 불투명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공약을 들고나올 가능성이 큰 만큼 출마 자체가 무산될 수 있어서다.
반대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하는 러시아내 극우 진영에서도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병합에 관여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출신 군사 블로거 이고르 기르킨 등이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으나 역시 허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NYT는 "후보로 공식 등록하려면 전국에서 10만명의 서명을 모아야 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를 검증한다. 분석가들은 이 과정에서 크렘린궁이 원치 않는 도전자를 걸러낼 수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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