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시선] 미국인이 아내에게 선물한 김치

입력 2023-11-26 07:00  

[특파원시선] 미국인이 아내에게 선물한 김치
세계가 한국 문화 주목하는 지금이 국제사회 기여 확대 기회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 워싱턴DC의 비영리단체에서 한국어 강사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아내가 최근 '깜짝 선물'을 받았다.
한국어를 배우는 카메룬 오스트리아계 미국인 학생이 집에서 유튜브 레시피를 찾아 손수 담근 배추김치를 준 것이다.
시내 슈퍼마켓에서 작은 병에 담긴 김치를 팔고 한국산 냉동김밥이 품절될 정도로 미국에서 한국 음식이 일상화됐다고는 하지만, 한국에서도 받기 힘든 직접 만든 김치는 뜻밖이었다.
미국인의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마틴 루서 킹 도서관에서 열린 김치 담그기 행사에서도 드러났다.
한국문화원이 주최한 이 행사는 신청자가 많아 일찌감치 접수가 마감됐고, 참가자들은 자신이 만든 김치를 한 통씩 들고 가며 뿌듯해했다.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그동안 뉴스로만 듣던 한국에 대한 관심을 체감할 수 있었다.
기자가 며칠 전 머리를 깎은 미용실의 홍콩계 미국인 미용사는 다음 달 딸과 손녀와 함께 서울로 여행 간다고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한국 음식과 드라마를 즐기며, 손녀가 블랙핑크를 사랑한다고 했다.



듣기 기분 좋은 이야기이지만 이처럼 한국에 호감을 가지는 외국인을 만날 때는 한편으로 부담도 된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에게 바라는 게 많아지듯이 국제사회가 한국이라는 나라에 기대하는 바도 커질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계가 드라마와 음악, 음식 등을 통해 한국에 주목하는 지금이 한국이 국제사회에 더 기여할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와 인도적 위기, 질병 등 글로벌 문제 해결에 더 주도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한국이 그동안 문화뿐 아니라 경제 등 전반적인 국력을 향상하면서 현재 국제사회도 한국에 더 큰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외교 당국자들에 따르면 갈수록 많은 국가가 각종 국제 현안과 관련해 한국의 입장에 관심을 보이고 한국의 기여를 바란다고 한다.
이런 기대에 실질적인 행동으로 부응하면 대중문화를 통해 형성된 지금의 막연한 호감을 국가 정체성이자 브랜드로 확립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노력에는 돈이 많이 든다.
그러나 지금의 관심을 외국에 물건을 더 파는 데 일회성으로 쓰고 그칠 게 아니라 장기적인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될 긍정적인 국가 이미지를 유지하고자 한다면 필요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한국이 문화라는 소프트파워와 더불어 국제사회에 귀감이 되는 행동으로 외국인이 늘 관심 갖고 찾아오는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blueke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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