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금 5억원 가까이 몰려…총리도 "진정한 아일랜드 영웅" 찬사
음식 배달기사 일하는 두 아이 아빠 "어느 부모나 그렇게 했을 것"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아일랜드에서 벌어진 흉기 난동 사건이 대규모 반(反)이민 폭력시위로 번진 가운데, 이 사건에서 브라질 출신 이주민이 피해자들을 지키기 위해 싸운 것으로 밝혀지면서 시민들의 찬사와 성금이 쏟아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23일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 도심 파넬 스퀘어의 한 학교 근처에서 벌어진 흉기 난동 당시 브라질인 카이우 베니시우가 범행을 막기 위해 용의자와 싸운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으로 5살 소녀와 30대 여성이 중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5살 소년과 6살 소녀도 경상을 입었다.
리우데자네이루 출신으로 1년 전 더블린에 와서 음식 배달원으로 일하는 베니시우는 스쿠터를 타고 배달 가는 길에 싸움이 난 듯한 광경을 목격했다.
자세히 보니 어떤 남자가 소녀를 흉기로 해치려 하고 한 여성은 소녀를 남자에게서 떼어내려 하고 있었다. 베니시우는 내려서 쓰고 있던 헬멧으로 온 힘을 다해 용의자를 때렸다.
이런 사실이 보도되자 그를 성원하는 온라인 모금 페이지들이 잇따라 생겼으며, '카이우 베니시우에게 맥주 한 잔 사라'라는 제목으로 개설된 한 모금 페이지에는 33만 유로 이상(약 4억7천만원)이 모였다.
마침 더블린의 한 레스토랑에서 지난달부터 수습생 과정을 밟고 있는 프랑스인 17살 소년도 베니시우에 합세해 범인과 맞섰다.
이 과정에서 손과 얼굴에 경상을 입은 이 소년은 24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격려 전화를 받기도 했다.
피해자를 도운 2명이 공교롭게 모두 이주민 출신인 셈이다.
한편 50대로 알려진 용의자의 국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용의자가 이주민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사건 당일 오후 더블린 중심가에서 수십 년 만에 아일랜드 최대 규모의 반이민 폭력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 약 500명은 반이민 구호를 외치며 이민자들이 모이는 호텔과 호스텔 등지를 공격하는가 하면, 거리의 차에 불을 지르고 상점을 약탈했다.
이에 레오 바라드카 아일랜드 총리는 폭력시위 참가자들에 대해 "더블린과 아일랜드, 자신과 가족들에게 수치심을 느끼도록 했다"고 비판하고 베니시우 등에 대해서는 "진정한 아일랜드의 영웅들"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온라인으로 베니시우에게 기부한 한 시민도 "다른 이들(폭도들)이 테러 위협을 가하려고 얼굴을 가리고 모자를 쓰는 반면, 당신은 남을 돕기 위해 헬멧을 벗었다"며 "당신은 진짜 영웅이며 당신이 아일랜드에 와서 살게 돼서 기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19살 딸과 12살 아들이 있다는 베니시우는 "나는 두 아이의 부모다. 내 생각에 부모라면 누구나 그렇게 했을 것"이라며 자신은 영웅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뉴스를 접한 아이들이 자랑스러워해 좋다면서 브라질에 남아 있는 아내와 자녀들을 아일랜드로 데려오기 위해 저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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