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총리 "실종된 아이가 돌아왔다" 표현에 이스라엘 "실종 아니고 납치"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이스라엘은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납치됐다가 석방된 소녀에 대해 '실종됐다가 발견됐다'며 우회적 표현을 쓴 것이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2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일시 휴전 이틀째였던 전날 하마스에 억류됐던 아일랜드계 이스라엘 소녀 에밀리 핸드(9)가 석방됐다.
핸드는 지난달 7일 개전 당일 가자지구 인근 비에리 키부츠에 있는 친구 집에서 잠을 자다가 하마스에 납치됐다. 그는 이날 풀려난 이스라엘 인질 13명 가운데 하나다.
버라드커 총리는 핸드의 석방 소식에 "실종됐던 무고한 아이가 이제 발견돼 돌아왔다"면서 "오늘은 에밀리 핸드와 그의 가족에게 엄청난 기쁨과 안도의 날"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라면서 "우리의 기도가 응답받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버라드커 총리가 하마스에 납치된 것을 단순히 '실종됐다'고 표현한 점을 문제 삼았다.
코헨 장관은 소셜미디어(SNS)에서 "(버라드커) 총리님, 도덕적 나침반을 잃으신 것 같다. 현실 직시가 필요하다"라면서 "에밀리 핸드는 실종된 게 아니라 그의 새어머니를 살해한 이슬람국가(IS)보다 더 나쁜 테러 조직에 의해 납치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버라드커 총리가 테러를 정당화하려 했다면서 "부끄러운 줄 알라"고 비난했다.
에일론 레비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도 "에밀리 핸드는 '실종'된 게 아니라 이웃을 학살한 암살단에 의해 잔인하게 납치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발견'된 게 아니다. 하마스는 그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그를 인질로 삼았다"라면서 "하마스는 당신의 기도가 아니라 이스라엘의 군사적 압력에 응답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은 자국 주재 아일랜드 대사를 소환해 질책하는 등 버라드커 총리의 발언에 대한 항의를 이어갔다.
아일랜드가 지난달 개전 이래 이스라엘의 '분노'를 산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이달 초에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자위권을 넘어선 행동을 했다며 민간인 등을 집단으로 처벌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실제 아일랜드는 그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오랜 갈등 속 팔레스타인 측 자유를 지지해온 국가라고 이 매체는 설명했다.
다만 버라드커 총리는 자신이 하마스와 인질 문제에 대해 일관적으로 비판해왔다면서 해당 발언은 '아이가 집에 돌아왔을 때의 놀라운 기쁨'을 언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핸드가 가족과 함께 있다는 게 '정말 중요한 전부'라면서 "나는 모든 인질을 조건 없이 석방할 것을 촉구해왔다"고 강조했다.
hanj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