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균 덜 노출된 어린이 취약…1월 이후 노년 독감 정점 가능성"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에서 올겨울 유난히 호흡기 질환이 많이 발생하는 것은 코로나19 대유행 시기를 거치며 면역력 저하로 발생한 '면역 격차' 때문이라는 중국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27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의료 전문가들을 인용해 "지난 3년 동안 사람들이 호흡기 질환 예방을 잘해왔고, 사회적 접촉 감소와 잦은 휴교·휴업으로 인해 코로나19가 아닌 다른 호흡기 감염의 빈도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경향은 결과적으로 사람들의 항체 수준을 줄여 '면역 격차'를 만들어내기 쉽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리퉁쩡 수도의과대학 부설 베이징유안병원 호흡기·감염병과 주임은 "코로나19 기간 태어난 많은 어린이는 이런 병원균에 덜 노출돼 더 취약해졌다"면서 "그 결과 올해 호흡기 질환 감염률은 지난 3년에 비해 많이 증가했고, 2019년 수준마저 넘어섰다"고 말했다.
중국은 올여름부터 전국에서 발병하기 시작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 겨울철 들어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더 기승을 부리고 인플루엔자 등 다른 바이러스까지 확산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일부 학교는 폐렴이 확산하자 임시 휴교에 들어갔으며, 감염자가 발생한 유치원이나 학교의 학부모들은 전염을 우려해 등교시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소아과를 찾는 어린이 환자도 크게 늘었다.
신경보에 따르면 지난 9월 하순부터 어린이 호흡기 감염 환자가 증가하면서 베이징 수도소아과연구소의 경우 일일 문진 환자가 최고 9천378명에 달했고, 10∼11월은 진료 능력 포화상태다.
수도소아과연구소는 혈액 검사가 하루 3천건을 넘어서는 등 환자가 밀려들자 근무 의사를 평소보다 86% 늘렸고, 검사센터와 약학부, 방사선과 등의 직원 역시 45%가량 더 투입했다.
호흡기 환자 병상은 약 30%, 폐렴 환자 병상은 약 40% 추가했고, 베이징 내 다른 병원과 연계해 호흡기내과 제2병동을 설치하기도 했다.
중국 보건당국은 연령대별로 주로 유행하는 감염병 병원체가 다른 것으로 파악했다.
왕화칭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면역계획 수석전문가는 26일 기자회견에서 그는 0∼4세는 리노바이러스, 5∼14세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15∼59세는 리노바이러스와 코로나19, 60세 이상에선 사람 메타뉴모바이러스(HMPV)와 일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각각 우세했다고 했다.
나이대를 가리지 않고 전국적으로 확산 중인 인플루엔자도 문제로 꼽힌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전날 "모니터링 결과 최근 호흡기 감염성 질병은 인플루엔자를 위주로 리노바이러스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아데노바이러스 등이 일으킨 것"이라며 "근래 중국의 급성 호흡기 질병이 지속해서 늘어나는 것은 다양한 호흡기 병원체가 중첩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발표했다.
리 주임은 이와 관련해 "독감(유행)의 정점은 1∼2주 더 이어질 수도 있다"며 "학교나 직장에서 모여야 하는 어린이와 젊은 층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새해(양력 1월 1일·원단<元旦>)가 되면 이들 집단은 감염 이후 면역을 얻게 될 것"이라며 "다만 새해 연휴 때 가족들이 모이면 노년층이 호흡기 질환의 주된 집단이 될 수 있고, 또 다른 호흡기 질환의 정점을 맞이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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