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세수 부족 탓 '평생 금연세대' 규제 철회

입력 2023-11-27 11:55  

뉴질랜드, 세수 부족 탓 '평생 금연세대' 규제 철회
2009년 이후 출생자에 담배 판매 금지하려던 법안 폐기 방침
신임 총리 "교육 등으로 흡연율 낮출 것"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지난달 뉴질랜드에서 구성된 보수 연립정권이 전 정부 정책을 뒤집고 있는 가운데 진보 성향 전임 정권에서 추진한 강력한 금연법도 폐기될 전망이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뉴질랜드의 새 보수 연립 정부가 감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금연법을 폐기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뉴질랜드 전임 정부는 2027년에 성인이 되는 2009년 이후 출생자에게 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강력한 금연법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또 담배 판매가 허가된 매장 수를 현재의 10% 수준으로 줄이고 담배에 포함된 니코틴 허용치도 감축하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질랜드의 금연법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의 흡연 규제로 평가됐다.
이 법은 내년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지난달 치러진 총선으로 집권한 보수 연정이 이를 폐기하는 데 합의하면서 시행이 무산됐다.
총선에서 다수당에 오른 뉴질랜드 국민당은 뉴질랜드 제일당과의 합의 조건으로 이 법안을 폐기하는 데 동의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니콜라 윌리스 신임 뉴질랜드 재무장관은 지난 25일 금연법이 내년 3월 이전에 폐지될 것이며 담배 판매 수입이 연정의 감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윌리스 장관은 또 현지 방송에 출연해 담배를 판매하는 상점 수를 제한하면 정부 수입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크리스토퍼 럭슨 신임 총리는 금연법 폐지로 음지에서 담배 시장이 나타나는 것을 막고 담배 상점이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럭슨 총리는 라디오 뉴질랜드(RNZ)에 "작은 마을에서 한 상점에만 담배를 집중적으로 유통하면 범죄의 거대한 자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연법을 폐지하는 대신 교육과 다른 흡연 관련 정책을 통해 흡연율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중 보건 전문가들은 이번 금연법 폐지로 연간 최대 5천명의 생명을 잃을 수 있고 특히 흡연율이 높은 원주민 마오리족에게 더 해로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비정부 기구 아오테아로아 건강 연합의 의장인 리사 테 모렌가 교수는 금연법 폐지에 대해 "공공 보건의 큰 손실이며 뉴질랜드인의 생명을 희생해서라도 이득을 취하려는 담배 업계에는 큰 이익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테 모렌가 교수는 금연법이 시행된다면 앞으로 20년간 의료체계 비용 13억 뉴질랜드 달러(약 1조300억원)를 절감하고 여성의 사망률을 22%, 남성 사망률은 9%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dy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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