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빈 연세대 교수 "외국인 이민의 여러 비용도 고려할 필요"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노동력 확보를 위한 외국인 이민 확대 정책의 경제적·사회적 비용을 고려할 때 적극적인 여성 인력 활용이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김선빈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외국인력 고용 확대가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한 한은 금요강좌에서 이 같은 의견을 냈다.
김 교수는 매년 일정한 수의 25∼44세 외국 인력이 향후 200년 동안 내국 인구의 5% 규모로 유입되는 조건을 가정한 '외국인력 활용 정책 모의실험'을 진행했다.
이 실험에서는 비숙련 노동자의 일시 근로와 영구 거주, 숙련 노동자의 일시 근로와 영구 거주 등 네 가지 경우의 수에 따른 경제 영향을 분석했다.
김 교수는 실험 결과에 대해 "외국인 비숙련 노동자를 들여올 경우 내국인 비숙련 노동자에 타격이 심하다"며 "반대로 내국인 숙련 노동자는 훨씬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인 숙련 노동자를 임시 고용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이민을 받는 방법은 이보다 30∼40% 정도 열등하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외국인 이민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도 언급했다. 외국인이 한국 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인종 갈등 등 부작용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다.
그는 "사람의 구성이 바뀌는 문제라 매우 복잡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며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낼 수 있으나, 여러 비용에 대해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김 교수는 여성 인력 활용을 유의미한 대안으로 거론했다.
그는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까지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현저하게 낮다"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면 엄청난 손실"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잘 교육받고 훈련받은 여성 노동력을 왜 안 쓰고 있을까"라며 "외국인 가사 노동자를 데려다가 가사를 맡기면 고급 여성 인력들이 나와서 일할 거라는 딱 그 마인드"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지금도 여자들이 밖에 나가서 일한다고 애 안 낳고 있는데, 나가서 일하라고 하면 출산율이 더 떨어질 거라는 택도 없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출산과 노동이 반대되는 개념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남자들이 그렇다"며 "우리나라 정책하는 남자들이 그렇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의 이런 발언은 윤석열 정부의 외국인 이민 정책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7월 필리핀 등 외국인 가사 근로자 약 100명이 서울에 있는 가정에서 가사·육아 일을 하도록 하는 내용의 시범 사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생산가능 인구 감소로 산업 현장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다"며 "외국 인력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출산율 회복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출입국 이민 정책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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