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수시간 전 "부총리와 만나라"…그리스 총리 "황당"
"''모나리자' 나눌 수 있나' 그리스 총리 인터뷰에 英총리 분개"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2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릴 예정이던 영국과 그리스의 정상회담이 돌연 취소됐다.
고대 그리스 유물 '파르테논 마블스'를 둘러싼 양국의 해묵은 갈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전언이다.
27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이날 밤 성명을 통해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몇 시간 후로 예정된 정상회담을 갑자기 취소했다"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수낵 총리와 가자지구,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변화, 이민자 문제 등 국제사회 주요 과제와 함께 파르테논 조각들에 대해 논의하는 기회를 갖기를 바랐다"며 영국 측의 일방적인 회담 취소에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그러면서 "파르테논 조각들에 대한 그리스의 입장은 잘 알려져 있다"며 "자신의 입장이 옳고 타당하다고 믿는 사람은 논쟁을 마주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파르테논 마블스'는 그리스가 오스만제국에 점령됐던 19세기 초 당시 오스만제국 주재 영국 외교관이었던 '엘긴 백작' 토머스 브루스가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에서 떼어간 대리석 조각들이다.
'엘긴 마블스'라는 이름으로도 유명한 이 조각들은 현재 영국 런던의 영국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그리스는 이를 도난 당했다는 입장이지만, 영국은 이를 부인하면서 그리스의 거듭된 반환 요청에 응하지 않아 양국이 수십 년간 마찰을 빚어왔다.
이번 정상회담이 무산된 것에도 미초타키스 총리가 정상회담을 앞두고 밝힌 '파르테논 마블스'에 대한 입장 차이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초타키스 총리는 지난 26일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모나리자'를 절반으로 잘라 반을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나머지 절반을 영국 박물관에 둔다면, 그 작품의 아름다움을 관람객들이 감상할 수 있겠나"라고 말해 '파르테논 마블스' 반환 문제가 양국의 주요 현안임을 환기했다.
그리스 뉴스통신사 ANA는 그리스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수낵 총리가 이 언급에 대해 분개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총리실 측은 회담 취소에 대해 묻는 질문에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은 채 "양국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영국 총리실은 미초타키스 총리에게 수낵 총리와의 회담 대신에 올리버 다우든 부총리와의 만남을 주선했다고 덧붙였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다우든 부총리와의 회담은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제1야당인 노동당은 정상 회담을 취소한 수낵 총리를 비판했다.
노동당 대변인은 "영국과 중요한 경제 관계를 지닌 유럽의 우방을 총리가 만날 수 없다면, 이는 그가 영국이 요구하는 진지한 경제적 지도력을 발휘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라고 직격했다.
이날 미초타키스 총리와 키어 스타머 노동당 당수의 회동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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