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내년에 고용허가제로 '비전문 취업비자'(E-9)를 발급받아 국내 산업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외국인 근로자 규모가 16만5천명으로 정해졌다. 고용노동부는 27일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고 이같은 방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외국인 근로자 도입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외국인 근로자가 일할 수 있는 업종도 기존 제조·건설·농축산업 등에서 음식점업과 광업, 임업 분야까지 확대된다. 고용허가제는 국내 인력을 구하지 못한 중소기업에 외국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관련 비자를 발급하는 제도다. 정부는 "외국인력 도입 규모 확대는 내국인이 기피하는 빈 일자리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E-9로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력 규모는 2021년 5만2천명에서 작년 6만9천명, 올해 12만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내년 외국인 근로자 도입 규모가 2021년과 비교하면 3.2배에 달한다. 구인난이 심각한 국내 업종을 중심으로 인력 수요가 그만큼 커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 도입 규모를 늘려온 것은 산업현장에서 구인난에 대한 호소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근로자 도입 확대는 국내 인력수급 현황에 비춰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고용노동통계에 따르면 국내 빈 일자리가 감소세를 보인다고 하지만 지난 9월 기준으로 21만5천269명에 이른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의 빈 일자리가 5만7천569명으로 가장 많고 도소매업 등도 2만명 이상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저출산·고령화 추세로 국내 생산가능인구가 지속해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여전하다. 국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올해 18%를 넘어섰지만, 작년 기준 합계출산율은 0.78에 불과하다. 국내 산업계의 인력 수급 불균형 문제가 단기간에 해소될 것 같지 않다. 국내 노동 공급은 감소하고 여러 업종에 내국인 유입이 어려워지면서 외국인력의 적극적인 활용 방안이 대두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노동계는 외국인력 도입 확대 방침에 대해 "노동시장 파괴"라며 반발한다. 한국노총은 성명에서 "내국인 부족 일자리에 이주노동자를 밀어넣고자 혈안이 된 사용자측 '소원수리'를 정부가 손쉽게 허락한 것"이라며 "내국인이 재취업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대신 노동시장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외국인력 고용 확대가 국내 노동 시장에서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이 없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외국인력 도입이 내국인 일자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 등을 미리 염두에 두고 최적의 상생 방안을 고심해야 할 때다.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 도입 확대 방침을 결정하면서 산업 현장에서의 인력관리를 점검하기 위해 내년 하반기까지 고용관리 실태 조사를 벌인다는 방침을 내놨다. 외국인 근로자 도입 규모가 확대되는 만큼 이들의 체류 상황이나 노동 조건 등 제반 여건에 대한 실태를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강구하는 노력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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