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이 극단주장 추천해 '확증편향' 일으켜"
테러 정당성 외친 '빈라덴 편지'까지 도는 지경
틱톡 '친팔' vs 엑스 '친이'…세대·계층 갈등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을 둘러싼 국제사회 여론이 첨예한 가운데 소셜미디어(SNS) 상 논쟁도 가열되고 있다.
다만 SNS를 통해 극단적인 주장이 확산하면서 여론을 더 양극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계속된다.
27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틱톡을 비롯한 SNS는 보통 직전에 본 두 건의 영상 등 게재물을 토대로 새 게재물을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가동한다.
이는 사용자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한 영상을 볼 때 원래 가진 견해나 편견을 더 굳히는 '확증편향'을 일으킬 콘텐츠에 점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실제, 틱톡의 경우 사용자에게 이스라엘이나 팔레스타인 편에서 상대를 비난하는 콘텐츠를 계속 추천하는 경향이 관찰됐다.
자신을 이스라엘 군인이라고 밝힌 틱톡 유저 '다니엘'은 자신의 콘텐츠에 대한 반응이 양분된다며, 절반은 그를 지지하는 측이고 나머지는 반유대주의 증오 표현으로 그를 비난하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된 콘텐츠를 다루는 유저 '아리아나'는 자신이 이스라엘 측 주장을 더 신뢰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힌 뒤 관심이 폭증했다는 경험담을 소개했다.
틱톡을 통해 확산한 오사마 빈 라덴의 편지도 주목할만한 사례다.
'미국에 보내는 편지'(Letter to America)라는 제목의 이 편지는 2001년 9·11테러를 일으킨 빈 라덴이 테러의 정당성을 설파한 내용이 담겨 있다.
BBC는 "(관련) 게시물들은 빈 라덴의 주장에 근거가 없지 않다고 주장한다"며 "젊은 층에게 미국의 중동분쟁 개입에 대한 (비판적인) 대안적 시각을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틱톡은 현재 빈 라덴의 편지와 관련된 영상을 삭제한 상태다.
BBC는 각 SNS 특성에 따른 경향성 차이도 존재한다고 짚었다.
Z세대(1997~2012년생)가 많이 사용하는 틱톡의 경우 친(親) 팔레스타인 콘텐츠가 더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일례로 '이스라엘과 함께'(#istanadwithisrael)라는 해시태그를 사용한 비디오는 2억4천만 뷰를 기록한 반면 '팔레스타인과 함께'(#istandwithpalestine)라고 해시태그를 붙인 비디오는 8억7천만뷰를 기록했다.
반면 정치인·언론인 등이 플랫폼으로 많이 사용하는 X의 경우, 이스라엘 지지 콘텐츠의 영향력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하마스에 끌려가는 인질들의 영상 등이 게재된 이스라엘 정부 계정의 경우 지난 16~21일 사이에만 4천만 뷰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소유한 메타에 대해서는 제한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600만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한 인스타그램 계정은 이스라엘의 공습 당시 가자지구 민간인들의 피해에 대한 영상 등을 올렸다 며칠간 활동이 정지됐다.
당시 메타 측은 "손상 징후로 인한 보안 관련 이유" 때문이라고 밝혔다.
BBC는 "SNS에서 오가는 대화가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SNS의 작동 방식은)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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