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대신 뉴욕행…치열한 국내 경쟁에 '美진출 도움' 판단도
골든구스, 밀라노 상장 추진…파페치, 뉴욕 상장폐지 검토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의 전기차 스타트업들인 지커(Zeekr)와 로터스(Lotus)가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자국 내 치열한 경쟁과 함께 해외의 지정학적 긴장 문제로 인해 투자자들로부터 환영받기에는 불확실한 환경에 처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커와 로터스 모두 중국 지리자동차 산하 브랜드다.
지커는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로 지난 2021년 분사됐고, 로터스는 애초 영국의 스포츠카 브랜드였다가 2017년 지리에 인수됐다.
뉴욕 상장을 추진하면서 지커는 지난 2월 130억달러(16조8천억원) 상당의 자금을 조달했으며, 이달 초 기업공개(IPO)를 위해 등록신고서를 제출했다.
지커는 미국 판매에 앞서 유럽 진출을 노리고 있으며,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자율주행 자회사인 웨이모(Waymo)에 특수 목적으로 제작된 자율 택시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로터스는 약 55억달러(7조1천억원) 상당의 나스닥 상장사인 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와 합병을 위한 마지막 단계에 있다.
로터스는 이번 주 투자자들이 이 거래를 위해 8억7천만달러(1조1천억원)를 투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로터스는 미국에서 내년에 9천대, 그 이듬해에는 2만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의 전기차 스타트업들이 지정학적 긴장 등을 이유로 뉴욕보다는 홍콩 상장을 선호하는 추세 속에서 수년 만에 이뤄지는 지커와 로터스의 행보는 주목받고 있다.
스타트업 링파오(립모터·Leapmotor)의 경우 지난해 홍콩 증시에 바로 상장했다.
다만, 지커의 경쟁사인 니오(NIO)는 2018년에, 샤오펑(小鵬·Xpeng)과 리샹(理想·Li Auto)은 2020년에 각각 뉴욕 증시에 상장한 바 있다.
WSJ은 지커와 로터스가 세계로 뻗어나가려는 노력과 관련해 중국 내 치열한 경쟁과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전기차는 휘발유 자동차와 가격 경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선호가 강력하며, 특히 과잉 생산으로 경쟁은 더 가혹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내에서는 폭스바겐은 물론, 도요타와 닛산 등 전통적인 자동차 시장을 지배하는 외국 브랜드들조차 힘을 못 쓰고 있다.
지커는 2021년 첫 차량 출시 이후 빠른 성장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월에 중국 내 전기차로는 16번째로 큰 브랜드에 불과하다.
한편, 이탈리아 명품 신발 브랜드 골든구스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와 JP모건, 이탈리아 은행 메디오방카의 도움을 받아 내년 상반기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골든구스를 소유한 사모펀드 페르미라(Permira)는 이처럼 상장을 추진하고 있으며, IPO로 인해 골든구스의 가치가 약 30억유로(4조3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반면, 글로벌 패션 플랫폼 '파페치'(FARFETCH)는 주가 폭락 속에 뉴욕증시에서 상장 폐지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파페치의 창업자인 호세 네베스가 JP모건 측과 논의하고 있으며 주요 주주인 중국 알리바바, 명품 기업들을 거느린 스위스 리치몬트 등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이날 보도했다.
파페치의 주가는 이 소식이 알려진 뒤 20% 상승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여전히 약 64% 폭락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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