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무늬 스카프 '카피예'가 팔레스타인 상징된 이유

입력 2023-11-29 16:22  

체크무늬 스카프 '카피예'가 팔레스타인 상징된 이유
"저항의 역사 대변"…美서 총격 피해 대학생 카피예 착용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최근 추수감사절 연휴 기간 미국 버몬트주에서 팔레스타인계 대학생 3명이 40대 백인 용의자의 총격을 받고 다쳤다.
피해자 중 2명이 당시 '카피예'를 착용하고 있어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증오 범죄로 추정됐다.
28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에 따르면 카피예는 머리나 목에 두르는 체크무늬 스카프로, 중동 지역 사람들도 착용하지만 최근 수십년간 팔레스타인의 정체성과 저항의 상징으로 인식돼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과 관련, 친팔레스타인 시위 참가자들은 카피예로 얼굴을 가리거나 목에 둘렀다.

카피예는 영문으론 'kaffiyeh', 'keffiyeh', 'kufiyya' 등 다양하게 표기된다.
팔레스타인 의복 역사 연구자인 와파 그나임은 1920년대까지 카피예는 주로 아랍 유목민인 베두인족 남성이 착용했다고 CNN에 설명했다.
팔레스타인 브랜드 전략가인 달리아 제이콥스는 카피예를 '저항과 존재의 상징'으로 소개하며 "(카피예는) 내가 누구인지 알려주고 항상 우리 가족의 역사와 함께한다"고 말했다.
그나임에 따르면 1936~1939년 팔레스타인인들이 영국의 점령 종식과 독립 국가 수립을 위한 '아랍 반란'을 일으켰을 때 사회 계층과 종교를 초월한 연대의 상징으로 검은색과 흰색의 카피예를 착용했다.
카피예는 1960년대 들어 남성과 여성 모두 착용했고, 정치적 상징으로 다시 떠올랐다. 당시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 의장이 검은색과 흰색의 카피예를 착용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점령에 반발, 1969년 여객기를 납치해 팔레스타인 저항운동의 상징이 된 팔레스타인인민해방전선의 레일라 칼레드도 카피예를 두른 모습이 종종 사진에 찍혔다.
최근 전 세계 친팔레스타인 시위에서 주최 측은 팔레스타인인과의 연대를 보여주기 위해 카피예를 착용하라고 권했다.
프랑스에서는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금지한 이후 한 시위자가 카피예를 착용했다는 이유로 135유로(약 19만원)의 벌금을 부과받기도 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카피예를 착용했을 때 반(反)팔레스타인 정서나 이슬람 혐오로 인한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달초 미국 뉴욕에서는 한 여성이 하마스를 지지하는 카피예 착용 남성을 비난하고 공격했다가 체포돼 증오 범죄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kms123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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