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대선 준비하며 검찰에 지시…"제 주변에 부패관료 없어야"
헌법상 연임금지 무시하며 재출마하는 정당성 확보 포석인 듯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헌법상의 연임 금지 규정에도 내년 2월 대통령선거 도전에 나서는 엘살바도르의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이 검찰에 전체 정부 고위 공직자에 대한 부정부패 조사를 지시했다.
29일(현지시간) 엘살바도르 대통령실에 따르면 부켈레 대통령은 전날 각료회의를 열어 내년 대선 출마 준비를 위한 권한대행 체제 승인을 국회에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여기 있는 사람 중 딱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정부 업무를 집행하는 일을 하고 있다"며 '유일한 예외자'로 로돌포 델가도 검찰총장을 지목한 뒤 "검찰총장께서는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에 대해 (부정부패를) 조사해 줄 것을 공개적으로 요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저는 도둑질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제 주변에 도둑들만 가득한 대통령으로 남고 싶지도 않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제가 자리에 없는 동안 (여러분)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 수 있다"며 "감독자가 없을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며, 여러분은 항상 최선을 다해 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기업가들을 향해 "제 선거캠프에 기부하려는 사람들은 '고맙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받게 될 것"이라면서 "기부한다는 것으로 제 호의를 얻지는 못하기 때문에 최악의 투자가 될 수도 있다"며 기업가들이 반대급부를 기대하면서 선거자금을 기부하려는 행태에 대해 '경고'했다.
부켈레 대통령이 전체 정부 고위 공직자를 대상으로 부정부패를 조사토록 지시하고 '정경유착'에 대해서도 경고한 것은 강력한 부패척결 의지를 돋보이도록 함으로써 자신의 재선 도전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지지를 유도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21분 57초 분량으로 편집된 이 연설 동영상은 소셜미디어에 공개됐고, 지지자들은 댓글과 게시물 공유로 호응했다.
2017년 신당인 '누에바이데아스'(새로운 생각) 창당 후 돌풍을 일으키며 2019년 대권을 거머쥔 부켈레 대통령은 강도 높은 '범죄와의 전쟁'과 부패 척결 정책으로 국민에게서 90% 안팎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하는 한편 국고를 동원해 이 코인에 투자한 결정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5년 임기의 대통령 연임 금지'라는 헌법 조항에도 친(親)정부 성향인 대법원 헌법재판부의 "재선은 가능하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근거로 권력 연장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부의 유권해석에 대해서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부켈레 대통령은 여대야소인 국회에 대해서도 영향력을 행사해 '선거일을 앞두고 1년 안에는 선거 절차와 관련한 규칙 변경을 금지한다'는 취지의 선거법 조항을 폐지하는 한편 투표용지에 후보자 사진을 넣을 수 있도록 하는 등 '현직 프리미엄'을 극대화하는 법안을 만들도록 하기도 했다.
인구 630만명의 엘살바도르 대선은 내년 2월 4일 치러진다.
wald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