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 또 하나의 가락시장 목표…유통단계 줄여 비용 감축"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하루 24시간 전국 단위에서 농산물을 거래할 수 있는 세계 첫 온라인 도매시장이 30일 문을 열었다.
정부는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 거래 규모를 서울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연간 거래 규모 4조7천억원)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 공식 출범식에 참석해 "세계 최초 온라인 도매시장은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며 "온라인에 또 하나의 '가락시장'을 만든다는 목표로 온라인 도매시장을 2027년까지 3조7천억원 규모로 키우고, 이를 통해 도매 단계 유통비용을 7천억원 절감해 그 혜택이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 도매시장에서 상품 거래가 체결되면 산지에서 구매처로 상품이 직접 배송된다.
온라인 도매시장을 이용하면 보통 3단계를 거치는 농산물 유통이 1∼2단계로 단축돼 그만큼 유통 비용이 절감된다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온라인에 또 하나의 시장이 생기는 것인 만큼 생산자는 새로운 출하처를 확보할 수 있고, 구매자는 전국의 상품을 플랫폼에서 비교하며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택할 수 있다.
농식품부가 지난 달 16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시범 운영 기간에 이뤄진 111건의 거래를 분석한 결과, 출하·도매 단계 비용은 물류 최적화로 인해 오프라인 거래와 비교해 7.4% 낮아졌고 농가 수취 가격은 위탁 수수료 절감 등에 따라 4.1%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는 온라인 도매시장 출범 초기에는 과일, 쌀, 계란, 돼지고기 등 38개 품목을 판매하고 이후 가공식품 등 품목을 추가해 간다는 계획이다.
이날 출범한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 1호 거래 품목은 양파였다.
백종원 대표가 이끄는 외식기업 더본코리아는 온라인 도매시장을 통해 전남 무안군 전남서남부채소농협에 양파 10t(톤)을 주문했다.
농식품부는 온라인 도매시장의 조기 안착을 위해 거래 상품 품질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대량 거래 시 업체의 품질관리 역량을 고려해, 판매자 자격요건을 거래 규모가 연 50억원 이상인 생산자단체와 법인으로 한정했다.
또 플랫폼에서 품목, 수량 등 기본 정보 외에 당도·산도, 크기(㎝) 등 상세 정보를 함께 제공하도록 했다.
품질과 관련한 분쟁이 발생하면 당사자 간 자율 합의, 온라인 도매시장 거래중재관 중재, 분쟁조정위원회 중재안 의결·제시 등 3단계 조정 과정을 통해 해소하도록 할 계획이다.
시장의 조기 안착을 위해 운영 초기에는 판매자와 구매자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판매자에 대해서는 거래 금액의 0.3%인 플랫폼 이용 수수료를 3년간 면제하고, 구매자에게는 특별 보증보험증권(보험료율 상한 1.85%)을 제공하며 견본택배비 등 물류 관련 비용을 지원한다.
정부는 온라인 도매시장 구축을 위해 지난 2월 민관 합동 개설작업반을 구성했고, 플랫폼 구축에 46억원을 투입했다.
또 이번 온라인 도매시장 개설이 농산물 유통 분야 디지털 전환을 이끌 계기가 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했다.
김종구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전날 사전브리핑에서 "오프라인 시장의 거래가 상당 부분 온라인 형태로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온라인 도매시장 출범으로 가락시장 등 기존 오프라인 시장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으나, 한편에선 시장을 넓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관측도 있다.
김 정책관은 관련 질의에 "온라인 도매시장 (준비) 초창기에는 우려가 있었지만, 지금은 (오프라인 시장 상인도) 굉장히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프라인의 경우) 시장 내에서만 거래하게 돼 있지만, 온라인 시장에선 전국을 대상으로 거래할 수 있어 도매법인, 중도매인들에게는 시장을 넓히고 기업을 키울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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