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과의 양자관계로 북핵 등 해결불가 알게 됐을것"
"북핵외교, 더는 작동 안해…北 움직이게하는 건 상대방 힘과 결속"
퓰너, 트럼프 자문그룹 원로…재단은 트럼프 집권시 국정과제 발표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재선에 도전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양자회담으로 북핵 등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알게 됐을 것이라고 트럼프 자문그룹의 한 원로가 전망했다.
미국의 대표적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 설립자이자 전 회장인 에드윈 퓰너(82) 박사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워싱턴 인근 개인 사무실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트럼프 재집권 시 북미 정상외교가 가능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처럼 회의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퓰너 박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전 집권 기간 김 위원장과의 3차례 회동 경험을 통해) 김정은과의 양자 관계가 문제 해결을 돕는 것은 아니라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며 "그것은 분명히 도움이 되지 않았으며, 미래에도 분명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때인 2018∼2019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싱가포르, 베트남 하노이, 판문점에서 총 3차례 걸쳐 회동했으나 북핵 문제 등과 관련한 합의를 도출하지는 못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9월8일 사우스다코타주에서 열린 공화당 모금행사에서 행한 연설에서 자신이 집권을 연장했더라면 "한참 전에 (북미) 합의를 성사시켰을 것"이라고 장담했었다.
퓰너 박사는 또 과거 6자회담과 같은 북핵 해결을 위한 다년간의 외교 노력은 선의에 의한 것이었는지 모르지만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북한이 정말로 존중하는 것은 상대편의 힘과 결속력"이라고 강조했다.
퓰너 박사는 바이든 행정부 첫 해인 2021년 탈레반에게 쫓겨나는 모양새로 이뤄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불명예"로 규정하면서 그 일로 인해 작년 러시아, 올해 하마스가 각각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나설 담력을 갖게 됐다고 주장했다.
다만 퓰너 박사는 바이든 행정부 들어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를 만들고,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와 한미일 안보 공조를 강화하는 한편 동북아의 재래식 전력과 핵우산 등에서 미국의 존재를 부각한 것 등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미일 3국 관계에 있어서는 트럼프 후보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현재의 자리에서 쌓아 올려 나가길 희망하고, 그렇게 트럼프 후보를 고무(조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구축하거나, 더 강화한 동맹 및 파트너와의 안보 협의틀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계승·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퓰너 박사는 "북한은 고립돼 있고, 미국은 '방향키'를 다시 잡고 있으며, 백악관에 누가 있건 간에 한미일은 과거 어느 때보다 긴밀하다는 것을 북한에게 일깨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핵 위협 심화 속에 한국 내부에서 독자 핵무장 지지 목소리가 조금씩 힘을 얻는 데 대해 "나는 그것(핵무장)이 필수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973년 헤리티지재단을 설립한 퓰너 박사는 1977년부터 2013년까지 재단 회장을 지내며 재단을 미국 굴지의 보수주의 싱크탱크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2016년 대선 때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 자문 그룹 일원으로 참여해왔으며, 트럼프의 대통령직 인수팀에 몸담기도 했다.
한국을 100차례 이상 방문하고, 한국 각계에 여러 지인이 있는 '지한파'로 평가받는다.
또 그가 몸담았던 헤리티지 재단은 지난 9월 트럼프 재집권을 겨냥해 차기 보수 정부의 국정과제를 담은 '프로젝트 2025'를 발표하기도 했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