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산, 석달 만에 감소…"8·9월 큰폭 늘어난 기저효과 탓"
고금리에 내수는 '빨간불'…"올해 1.4% 성장 어려울 수도"
(세종=연합뉴스) 박재현 박원희 기자 = 10월 생산·소비·투자를 보여주는 대표 지표들이 일제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4분기 경기 회복세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생산 부진의 배경에는 8∼9월 반도체 생산이 큰 폭으로 늘어난 데 따른 기저효과가 거론되지만, 고금리로 소비 등 내수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산업생산(농림어업 제외)은 전월보다 1.6%, 소매판매는 0.8%, 설비투자는 3.3% 각각 감소했다. 세 지표가 일제히 감소한 것은 지난 7월 이후 석 달만이다.
특히 전산업생산이 2020년 10월(-1.8%) 이후 3년 6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반도체 생산이 11.4% 줄며 3개월 만에 감소한 점이 주된 영향을 미쳤다.
이는 기저효과의 영향이 크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전산업생산이 8월에 5.2%, 9월에 1.7% 각각 늘어난 데 따른 기저효과로서 추세적인 조정에는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출하가 분기 말에 집중되는 반도체의 특성상 4분기 첫 달인 10월에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도 그 근거가 되고 있다.
다만 소비 등 내수가 부진한 점은 부담이다.
재화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한달 만에 반락한 데 이어 소비 추이를 엿볼 수 있는 서비스업 생산도 0.9% 감소했다. 서비스업 생산의 감소는 지난 5월(-0.9%) 이후 5개월 만이다.
내수 진작을 위한 임시공휴일 지정에도 소비가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고금리·고물가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 달성에도 물음표가 제기된다.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서비스업은 심리지표 등 선행지표들이 꺾인 지가 좀 됐다"며 "서비스업이나 소비 쪽은 이미 예견된 하락 흐름"이라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고금리에 고물가까지 있다 보니 사람들 소비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감소'와 종합해서 생각해보면 당초 예상보다 경기 회복이 빠르지 않다는 시그널로 보인다"면서 "올해 정부 성장률 전망치 1.4%를 달성하려면 4분기에 전 분기보다 0.7% 성장해야 하는데, 10월부터 이런 식으로 시작하면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내수 부진을 염려하면서도 반도체 업황 개선 등으로 미뤄 4분기에도 경기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10월 반도체 재고는 9.6% 감소했고 같은 달 생산자 물가 기준으로 D램 가격은 전월보다 9.9%, 플래시메모리는 13.5% 각각 올랐다. 재고는 줄고 반도체 단가는 오른 것이다.
반도체 업황의 회복에 힘입어 수출 개선세가 이어진다는 것이 정부의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이승한 종합정책과장은 "고금리 영향이 가계의 소비 여력을 제약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11월 수출은 10월 수출 증가율 5.1%보다 더 확대되는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3분기 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0.6%였는데, 전반적인 회복 흐름은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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