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소 비용으로 해외에서 통할 오리지널 주력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CJ ENM[035760]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인 티빙과 SK스퀘어[402340]의 웨이브 간 전격 합병이 예고된 것은 결국 자본이 부족한 토종 OTT들의 벼랑 끝 생존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티빙과 웨이브 간 통합이 알려진 대로 조만간 마무리되면 해당 플랫폼은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930만명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넷플릭스(1천137만명)에 대항해볼 수 있을 만한 정도가 되는 셈이다.
합병 자체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체질적으로 규모의 경제가 작동해야 하는 만큼, 넷플릭스와의 유효한 경쟁이 어느 정도는 가능해질 거라는 관측이다.
넷플릭스에 육박하는 MAU를 기반으로 콘텐츠 제작사들과의 협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여러 오리지널 콘텐츠를 생산해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물론 합병 이후 주주 문제, 주도권, 자산 평가 등으로 최종 합병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다만 당분간 사용할 총알을 확보한 정도일 뿐 결국 자금력 고갈 시기는 닥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웨이브가 내년에 지상파들과의 계약이 끝난 후가 더 문제라는 지적이다.
두 서비스의 중복 가입자가 상당했던 만큼 합병 후 많은 실제 구독자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국내 OTT 시장 구도는 양 사 합병으로 기대되는 2강(넷플릭스와 웨이브-티빙) 1중(쿠팡플레이)이 아닌 기존대로 넷플릭스 1강 구도로 유지될 수 있다.
또한 콘텐츠 수급비와 마케팅비 감소 등으로 회사 재무 건전성은 좋아지겠지만, 시장환경과 모회사 경영 곤란 등 공격적 투자는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합병 후 회사가 적자를 벗어나려면 가입자를 늘리거나 1인당 매출(ARPU)을 높여야 하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다.
국내 스트리밍 가입자는 포화 상태이고, APRU를 높이려면 구독료를 인상해야 하는데 소비자들의 강한 저항과 외면도 예상해볼 수 있다.
광고 매출을 늘리는 방법도 있으나 방송사들이 주축인 주주사들의 반발에 막힐 수 있다. 웨이브와 티빙 등의 주주 대부분은 광고를 주 재원으로 하는 실시간 채널 방송사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9월 웨이브와 지상파 3사 간 계약이 끝나는데, JTBC와 SBS[034120]를 포함한 주요 방송사들이 합병된 새 회사와 비독점 계약을 하고 다른 곳에서 콘텐츠를 판매한다고 할 경우 오리지널 콘텐츠가 사라져 더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다이렉트미디어랩 한정훈 대표는 3일 "웨이브-티빙 연합, 혹은 인수 합병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후 '오리지널 전략'이 중요해 보인다. 절감된 비용이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되면 어느 정도 승산은 있다"며 "또 국내보다 국내외에 방점을 두고 해외에서 통할 만한 사이즈의 오리지널을 만들어 해외 매출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적자 감소를 위한 국내 통합, 그리고 해외 사업은 각자도생으로 지속한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할 것"이라고 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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