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L' 출시 앞둔 최문영 신작 개발 총괄 전무 인터뷰
"지스타 공개작 외에도 5년간 라인업 준비…미디어 믹스도 계획"
(성남=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엔씨소프트[036570]의 게임을 더 큰 시장에서, 더 다양한 장르로 보여주려는 게 저희 목표죠."
엔씨소프트에서 신작 게임 개발을 총괄하는 최문영 수석개발책임자(PDMO·전무)는 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언급했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모바일 다중접속 역할수행 게임(MMORPG) 중심의 게임사에서 벗어나 다양한 라인업을 가진 멀티플랫폼 게임사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G-STAR)에 8년 만에 참가해 오픈월드 슈팅 게임, 애니메이션풍 수집형 게임, 탑다운 대전 액션 게임 등 다수의 비(非) MMORPG 장르 게임을 선보였다.
이달 정식 출시를 앞둔 MMORPG '쓰론 앤 리버티(TL)'는 그간 국내 대형 게임사들의 핵심 BM(수익모델)이던 확률형 아이템을 일절 넣지 않겠다고 선언해 화제가 됐다.
엔씨소프트의 '변신' 선두에 서 있는 최 PDMO를 만나 TL을 비롯한 신작 게임 개발 현황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 일주일 앞 다가온 'TL' 출시…"진정성 있는 서비스로 신뢰 쌓겠다"
최 PDMO는 "개발을 시작한 지 6년째인데, 올해가 가기 전에 선보이게 돼 기쁘다"며 오는 7일 출시를 앞둔 TL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TL은 엔씨소프트가 2012년 작 '블레이드&소울' 이후로 11년 만에 내놓는 신규 지식재산(IP) 기반 MMORPG다.
최 PDMO는 "예상을 넘는 사전 예약자가 몰리며 지난 주말까지 서버를 증설했다"며 "사전 캐릭터 생성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의 수만 해도 15만 개가 넘는다"고 말했다.
TL은 개발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맨 처음에는 '리니지' 시리즈의 후속작으로 기획됐다가 새로운 세계관으로 선회했고, MMORPG의 핵심인 전투 방식도 여러 번 바뀌었다.
최 PDMO는 "맨 처음에는 이용자 간 전투의 전략 요소를 강조하고자 이동 중에 공격하지 못하도록 설계했지만, 지난 5월 국내 테스트 결과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피드백을 받았다"며 "역동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게임을 수정했고, 조작 방식도 원점에서 재검토해 액션성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TL 제작진은 게임에 확률형 아이템을 없애고, 진척도에 따라 보상을 주는 배틀패스를 주 사업모델(BM)로 채택하는 등 페이투윈(Pay To Win·돈을 쓸수록 강해지는 구조)을 지양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하지만 게임 업계 한편에서는 이런 약속을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에 최 PDMO는 "이용자들이 궁금해하거나 오해하는 내용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프로듀서의 편지'로 설명하는 등 소통에 신경 써왔고, 서비스 개시 후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을 이어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결국에는 서비스 과정에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신뢰를 하나하나 쌓아나가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TL을 엔씨소프트의 새로운 차세대 IP로 만들어가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최 PDMO는 "사내에 전체 세계관의 방향성을 다룬 'IP 바이블'과 이를 확장한 '게임 내러티브'가 있는데, TL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일부분에 불과하다"며 "TL 외에도 'IP 바이블'에 기반한 다양한 신작을 통해 엔씨소프트만의 새로운 IP를 정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중 하나가 작년 초 티저 영상을 공개한 동양풍 판타지 작품 '프로젝트 E'다. 프로젝트 E는 TL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게임으로, 오랫동안 소식이 없어 일각에서는 '취소설'도 나왔다.
최 PDMO는 '프로젝트 E'에 대해 "소수의 인원이 장르를 비롯한 핵심 요소를 기획하고 있는 단계"라며 "스토리, 설정 등은 TL과 함께 완료된 상태고, 게임 외의 미디어 믹스 형태로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 "다수의 미공개 신작 준비 중…AI, 게임 제작에 적극 도입"
지스타에서 공개한 'LLL'·'배틀크러쉬'를 비롯해 향후 5년간 출시할 신작 라인업을 준비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최 PDMO는 "LLL은 현재 핵심 요소를 검증하는 단계로, 지스타에서 시연한 버전에 주요 게임플레이가 대부분 담겨 있다"며 "배틀크러쉬는 내년 초 2번째 테스트를 거쳐 출시할 계획인데,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e스포츠로도 발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장르의 미공개 프로젝트가 개발 중인데, 앞으로 5년 정도의 계획이 준비된 만큼 순차적으로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간 단편적인 정보와 트레일러만 공개됐던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의 게임 '프로젝트 M' 이야기도 나왔다.
최 PDMO는 "일각에서는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같은 게임과 비교하는데, 단순히 선택지에 따른 스토리 분기가 위주인 게임은 아니다"라며 "추리·탐색 등으로 공간을 재구성하고, 액션 요소를 통해 주인공이 능동적으로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는 게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말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표하고, 향후 사업과 게임 IP 분야에서 협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 PDMO는 "SIE 외에도 국내외 다양한 파트너사와 협업해 IP를 확장해 나가려는 생각도 갖고 있다"고 부연했다.
인공지능(AI)이 게임 개발 과정을 몇 년 내로 크게 바꿀 것이란 관측도 내놨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8월 게임 및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는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바르코'를 공개한 바 있다.
최 PDMO는 "이미 아트 부문에서는 AI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향후 스토리나 대사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며 "AI를 잘 이용해 작업 능률을 높일 줄 아는 사람이 앞으로 게임 업계가 찾는 인재가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들어 '리니지' 시리즈 매출 감소에 따른 실적 악화가 두드러졌다. 올해 말부터 선보일 신작에 '명운'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최 PDMO는 "대내외적인 환경이 어렵지만, 되돌아보면 엔씨소프트는 항상 좋은 게임으로 위기를 극복해왔다"며 "내년은 조만간 나올 TL과 배틀크러쉬, 'BSS' 등을 통해 여러모로 '달라진' 결과물을 외부에 보여줄 수 있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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