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구팀 "근접 타원궤도로 3.7일에 한 바퀴 공전…행성 형성 이론에 위배"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지구에서 50광년 거리에 있는 적색 왜성(red dwarf) 'LHS 3154'에서 매우 가까운 공전궤도로 도는 거대한 외계행성(LHS 3154b)이 발견됐다. 지구의 13배 크기인 이 행성은 태양 크기의 9분의 1에 불과한 중심별보다 지나치게 커 기존 행성 형성 이론에 위배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프린스턴대 천체물리학과 구드문두르 스테판손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1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서 텍사스주 맥도널드 천문대의 근적외선 분광기로 LHS 3154 주변 근접 궤도에서 거대한 외계행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행성은 갓 태어난 별을 둘러싸고 있는 가스와 먼지로 이루어진 밀도 높은 성운 원반에서 형성되며, 행성 크기는 원반에 포함된 물질의 양에 따라 결정된다.
행성 형성 이론은 원시 행성 원반의 가스와 먼지 질량은 중심별 질량과 밀접하게 비례하기 때문에 질량이 가장 작은 적색왜성(M유형 왜성)의 근접 궤도에는 해왕성(지구 질량의 17배)보다 큰 외계행성은 존재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텍사스주 맥도널드 천문대에 있는 지름 10m의 하버-에버리 망원경(HET)에 장착된 근적외선 분광기인 '거주 가능 영역 행성 탐지기(HPF)로 M 유형 왜성인 LHS 3154를 정밀 관측했다.
M유형 왜성은 적색왜성 중에서도 질량이 태양의 25% 미만인 매우 작은 별로 우리은하에서 가장 흔한 별이다. 초저질량 왜성으로도 불리는 이런 적색왜성은 희미하고 대부분 방사선을 적외선 파장에서 방출해 주변 외계행성 탐지가 어렵다.
이 때문에 M 유형 주변 궤도를 도는 외계행성은 거의 발견되지 않고 있으며 발견되는 외계행성도 대부분 질량이 해왕성보다 훨씬 작고 공전궤도도 멀다.
관측 결과 지구에서 51.34광년 떨어져 있는 LHS 3154는 질량이 태양의 11.2%, 지름은 태양의 14%로 크기가 태양의 9분의 1에 불과하며 별 유효 온도(Teff)도 2천588℃로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별을 공전하는 LHS 3154b는 최소 질량이 지구의 13.15배인 해왕성급 행성으로 분석됐으며 중심별에서 매우 가까운 타원형 궤도(이심률 0.076)에서 3.71일에 한 바퀴씩 공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질량이 지구의 13배 이상인 행성이 태양의 9분의 1 크기 중심별을 매우 가까운 궤도에서 공전한다는 것은 크기가 작은 별들이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행성을 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는 기존 행성 형성의 이론적 모델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행성 형성 시뮬레이션 결과 LHS 3154의 근접 궤도에 이렇게 큰 질량의 행성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행성이 형성되는 원시 행성 원반의 가스와 먼지의 양이 일반적으로 관찰되는 것보다 10배 이상 많아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스테판손 박사는 "HPF가 이미 새로운 행성을 발견하고 확인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왔지만, LHS 3154b 발견은 모든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라며 "HPF는 질량이 가장 작은 별 주변에 있는 미지의 외계행성을 조사하기 위해 설계, 개발, 제작됐기 때문에 이 발견은 매우 특별하다"고 말했다.
공동연구자인 펜실베이니아주립대(Penn State) 수브라스 마하데반 교수는 "질량이 작은 별 주위에 이런 무거운 외계행성이 있을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이 발견은 우리가 우주에 대해 아는 것이 얼마나 적은지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 출처 : Science, Guðmundur Stefansson et al., 'A Neptune-mass exoplanet in close orbit around a very low-mass star challenges formation models', 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bo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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