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지상파 재허가 등 주요 안건 수개월 올스톱 전망
"방통위, 정치 구조 탈피해 전문 행정기관으로 개편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오규진 기자 = 취임한 지 95일밖에 안 된 이동관 위원장이 국회의 탄핵안 처리를 앞두고 자진 사퇴하면서 방송통신위원회가 또다시 식물상태가 됐다.
국회에서 방통위원장 탄핵이 추진된 것도 초유의 일이지만, 상임위원 5인 중 4인이 공석으로 1인 체제가 된 게 조직으로서는 더 치명타인 상황이다.
방통위는 지난해 10월부터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 사태로 여러 차례 압수수색을 동반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수사는 장기간 이어졌고 올해 5월 말 한상혁 전 위원장이 면직되기까지 방통위는 사실상 전체 회의 소집이나 안건 의결 등을 하지 못하는 개점휴업 상태였다.
한 전 위원장 면직 후에는 당시 상임위원이었던 김효재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이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아 3인 체제의 방통위를 이끌었다. 나머지 두 명은 여권 추천의 이상인 현 부위원장과 야권 추천의 김현 전 상임위원이었다.
이동관 위원장이 일찌감치 위원장 후보로 낙점됐던 가운데 3인 체제에서는 여권 주도로 공영방송 이사회 구도 재편 등이 이뤄졌다.
그러나 8월 말 김효재·김현 전 상임위원이 임기 만료로 퇴임하면서 일시적으로 이상인 부위원장 1인 체제가 됐지만 이 위원장이 곧바로 취임하면서 2인 체제가 됐다.
상임위원 공석 중 여당 몫에는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 야당 몫에는 최민희·김성수 전 의원(야권)이 거론됐으나 야당이 추천한 최 전 의원에 대한 임명이 지연되면서 방통위는 최근까지 여권 위원 2인 체제를 유지해왔다.
이 위원장은 공영방송과 거대 포털사이트 개혁, 그리고 가짜뉴스 근절을 취임 일성으로 내세워 숨 가쁘게 규제 작업을 해왔다.
그러나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구도 재편에 실패하고, 인터넷 신문의 가짜뉴스 규제 문제 등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충분히 손발이 맞지 않는 등 엇박자를 보이기도 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법리적으로 안전한지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채 광범위하게 추진된 가짜뉴스 근절 정책과 보도전문채널 최대 주주 변경 건에서 노출한 엇박자는 결국 야당에 탄핵소추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 됐다.
1인 체제에서 사실상 주요 안건 의결은 불가능해 새로 위원장이 오거나 다른 상임위원들이 채워질 때까지 방통위는 다시 멈추게 될 전망이다. 새 위원장은 청문회도 다시 거쳐야 해서 온다고 하더라도 일정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말 주요 지상파 재허가 심사, 내년 상반기 종편 채널A와 보도전문채널 연합뉴스TV·YTN 재승인 심사가 차질을 빚어 자칫 '해적방송'이 등장할 우려도 제기된다.
당장 이달 말로 지상파 3사 UHD, KBS·SBS DTV와 지역 민방 등의 허가 유효기간이 만료되는데, 재허가를 받지 못하면 불법 방송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방통위가 일시 허가를 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지만, 그마저도 의결사항이라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방심위에서 넘어오는 각종 방송사 법정 제재 건과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사실 조사 등 포털 관련 정책 등 다양한 필수 정책이 중단될 전망이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여야가 3대 2로 나뉘어 정치구조를 이식한 구조는 생명력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이 지난 통합 방통위 출범 이후 반복되고 있어 이런 구조를 해체하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는 정치권을 배제하고 전문가 위주로 구성해야 한다"며 "공영방송만을 담당하는 공영방송위원회(가칭)로 만들고 나머지 기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넘기든지 미디어 관련 부서를 통합해 새 부처를 꾸리든지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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