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두교 첫 주권국 표방 '카일라사 합중국'…"지도자는 성폭행 혐의"
"파라과이 前대통령이 람보르기니 가짜 CEO 만난 이후 최고 코미디"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남미 파라과이에서 한 고위 관료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국가를 사칭하는 집단과 업무협약 맺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30일(현지시간) 파라과이 농림축산부(MAG) 소셜미디어와 현지 일간지 ABC콜로르 등을 종합하면 파라과이 농림축산부 국장급 관료인 아르날도 차모로는 지난달 16일 '카일라사 합중국'과 양자관계 증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ABC콜로르에 공개된 한쪽짜리 해당 문서를 보면 '카일라사 합중국'은 힌두교 최초의 주권 국가로 명시돼 있다. '20억명의 힌두교도를 포함한 모든 인류의 정신적·종교적 결핍을 충족시키기 위해 설립된 계몽 국가'라는 부연 설명도 넣었다.
해당 협약문에는 "파라과이가 카일라사 합중국과의 수교를 적극적으로 모색한다"는 것과 "파라과이는 유엔 같은 다양한 국제기구에서 카일라사 합중국을 독립된 주권국으로 인정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약속도 담겼다.
'카일라사 합중국'은 그러나 정식 국가이기는커녕 국가 지위를 어디에서도 인정받지 못한 조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집단의 지도자로 추정되는 사람은 자칭 힌두교 고위 사제인 니트야난다 파라마시밤이라는 이름의 인물이다.
영국 방송 BBC는 지난 3월 "(파라마시밤은) 2019년 에콰도르의 한 섬을 구입해 나라를 설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에콰도르 정부는 당시 "섬 매입 등은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더욱이 파라마시밤은 성폭행 혐의 등으로 인도에서 수배된 피의자라고 BBC는 전했다.
'카일라사 합중국 대표'라는 사람들이 지난 2월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열린 2차례 공개 세션에 참석해 "원주민의 권리와 원주민 집단의 지속 가능한 발전 방안에 대한 유엔의 입장"을 묻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중에 논란이 불거지자, 유엔은 "해당 세션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개회의였다"고 설명했다.
파라과이 농림축산부는 공식 성명을 내고 "MOU와 관련한 문서는 정식 절차를 밟지 않고 생성된 만큼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다"고 선을 긋고서 책임자인 차모로를 곧바로 경질했다.
차모로는 "(카일라사가)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 몰랐다"고 인정했다고 ABC콜로르는 보도했다.
파라과이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2019년 마리오 아브도 베니테스 전 대통령이 가짜 람보르기니 대표와 만나 사진을 찍고 투자 협의를 한 황당한 사기극 이후 최고의 코미디"라는 조롱 섞인 게시글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파장은 더 커질 수도 있어 보인다.
'카일라사 합중국' 집단에서 만든 것으로 보이는 홈페이지를 보면 "가나의 한 지방자치단체와 자매결연을 했다"라거나 "유엔에서 13번째 카일라사 보고서를 배포했다"라는 보도자료 형식의 글이 공개돼 있는데, 그 진위는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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