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위성사진 분석…아이들 놀던 공원에 탱크 자국 선명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전쟁을 시작한 이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IDF)의 공습과 지상전으로 파괴된 건물이 약 10만채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BBC방송은 전쟁 이전과 양측의 휴전이 시작되기 직전의 가자지구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부는 거의 초토화됐으며 남부 등 다른 지역에서도 광범위한 피해가 확인됐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BC는 미국 뉴욕시립대와 오리건주립대에 의뢰해 전쟁 전후 가자지구 위성 사진 등을 비교하고 드론 촬영 영상이나 다른 검증된 영상으로 모스크(이슬람 예배당), 호텔, 공원 등 주요 건물과 시설이 폐허로 변한 모습들을 포착했다.
분석 결과 가자지구 전역에서 건물 9만8천채가 무너지거나 부서지는 등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됐다.
피해 건물 대부분은 이스라엘의 공격이 집중된 가자지구 북부에 집중됐다.
공개된 위성 사진에는 북부 도시 베이트 라히아와 베이트 하눈에서 건물 수백채가 무너진 잔해와 그 사이로 이스라엘군 전차와 불도저가 지나가면서 생긴 자국이 선명하게 보인다.
전쟁 초기인 10월 14일까지만 해도 온전하게 남아있던 베이트 하눈의 한 모스크 첨탑은 공습으로 무너져 11월 22일 찍힌 사진에서는 흔적을 찾을 수 없이 사라졌다.
가자 북부의 중심지 가자시티는 몇 주간 이어진 공습으로 이스라엘군이 진입해 지상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리'가 됐다.
바닷가에 지어진 가자지구의 유일한 5성급 호텔 알마시탈 호텔을 비롯해 건물과 농지, 과수원 등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던 복잡한 가자시티 도심은 아무것도 없는 흙빛 황무지로 변했고 이스라엘군이 설치한 임시 기지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고 BBC는 전했다.
전쟁 전 찍힌 사진에서 아이들이 뛰어놀던 알아자르 대학 인근의 한 공원에는 전쟁 후 이스라엘군 전차 바퀴가 남긴 다윗의 별(유대인과 유대교를 상징하는 육각별 문양)이 흙 위에 새겨졌다.
이스라엘군 수석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지난 달 이스라엘군이 해당 지역을 점령한 뒤 전사한 동료 군인들을 기억하기 위해 전차로 다윗의 별 문양을 땅에 남기는 영상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공개하기도 했다.
BBC는 피란민 수만 명이 지내고 있는 남부 칸유니스도 전체 건물의 15%가량이 파손되는 등 가자 전역에서 피해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유엔(UN)에 따르면 약 8만5천명의 피란민이 지내고 있는 가자 중부의 누세이라트 난민 캠프도 일시 휴전이 시작되기 전까지 여러 차례 공격을 당했다.
최근 온라인에 올라온 누세이라트 난민 캠프 영상에는 주민들이 완전히 무너진 건물 잔해 사이를 치우며 수습하는 모습이 담겼다.
BBC는 이 영상에서 보이는 검은 굴뚝이 누세이라트 캠프 근처에 있는 가자발전소의 것과 일치한다며 영상의 진위를 검증했다고 전했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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