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샌티스 공화 대선주자와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첫 TV 토론
국경·낙태·범죄문제 '불꽃' 공방…뉴섬, 대선 출마설은 부인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미래를 주도할 인물로 꼽히는 두 유력 정치인이 처음으로 TV 토론에서 맞붙었다.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는 30일(현지시간) 저녁 공화당 대선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양자 토론을 '빨간 주(州) 대 파란 주 토론'이라는 제목으로 생중계했다. 빨강과 파랑은 미국에서 각각 공화당과 민주당을 상징하는 색이다.
이번 토론은 지난해 9월 두 사람이 이민자 문제로 대립하던 중 뉴섬 주지사가 토론을 제안한 뒤 디샌티스 주지사 측이 뒤늦게 합의하면서 마련됐다.
미국 언론은 한때 '트럼프 대항마'로 불렸으나 최근 저조한 지지율로 고전해온 디샌티스 주지사가 이번 토론에서 자신의 가치를 다시 부각하려 애쓸 것으로 봤다.
민주당 잠룡으로 꼽혀온 뉴섬 주지사는 캘리포니아를 넘어 전국구 정치인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얼마나 역량을 발휘할지 관심이 쏠렸다.
유권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의식한 듯 두 사람은 1시간 반 동안 이어진 토론 내내 국경 보안, 낙태, 총기 문제 등 여러 주제를 놓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불꽃 튀는 공방을 벌였다.
사회자인 폭스뉴스 간판 앵커 션 해니티의 질문에 답변하면서도 상대방에게 공격의 화살을 돌리기 일쑤였고, 자신의 입장을 방어하기 위해 상대방의 말을 끊는 일도 다반사였다.
사회자의 거듭된 제지에도 좀처럼 말을 멈추지 않는 탓에 두 사람이 동시에 각자 말을 이어가는 장면이 여러 차례 연출됐다.
먼저 포문을 연 뉴섬 주지사는 "오늘 밤 서로 큰 차이점이 있지만, 결론적으로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우리 둘 다 2024년에 우리 당의 후보가 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공화당 지지율 조사에서 디샌티스 주지사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큰 격차로 뒤처진 것을 꼬집은 것이다.
뉴섬은 토론 말미에도 디샌티스에게 다른 공화당 경선 후보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에게 트럼프를 무너뜨릴 기회를 주도록 후보직을 사퇴하는 것이 어떠냐고 공격했다.
이에 디샌티스는 "뉴섬이 캘리포니아를 엉망으로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반격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캘리포니아를 떠나는 인구가 늘었다는 통계를 제시하며 코로나19 당시 다른 주보다 강했던 규제 정책과 높은 범죄율, 물가 등을 이유로 꼽았다.
디샌티스는 캘리포니아가 성범죄 등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모든 범죄에 대해 관대하다"며 "샌프란시스코 시장이었던 뉴섬은 그 모델을 캘리포니아 붕괴의 표본으로 삼았고, 이제 좌파는 캘리포니아 모델을 가져와 미국을 붕괴시킬 표본으로 삼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디샌티스는 갈색으로 얼룩진 지도 한 장을 들어 보이며 "이것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발견되는 사람 배설물을 표시한 앱으로, 거의 모든 곳에 사람 배설물이 덮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공산주의 독재자가 찾아와 거리를 청소했을 때를 제외하면 배설물이 널려 있는 것이 일상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이 참석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앞두고 샌프란시스코시 당국이 대대적인 청소를 벌인 일을 꼬집은 것이다.
이에 뉴섬은 캘리포니아의 강력 범죄가 5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방어하면서 살인 범죄 발생률과 총기 사망률은 플로리다 등 공화당 주가 훨씬 더 높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디샌티스에게 "고향으로 돌아가 당신의 뒷마당에서 벌어지는 살인과 총기 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데 조금 더 시간을 할애하라"고 쏘아붙였다.
디샌티스는 조 바이든 정부의 국경 정책을 두고 "손을 놓고 앉아 관리하지 않고 마약 카르텔에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이것이 바이든, 해리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뉴섬의 비전"이라며 "펜타닐 과다 복용으로 미국인들이 계속 죽어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낙태 문제를 두고는 뉴섬이 디샌티스를 향해 "당신은 미국에서 가장 극단적인 낙태 반대 법안에 서명했다. 강간과 근친상간에 대한 예외를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고 이제는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6주 이후 낙태 금지에 서명하기로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뉴섬은 임신 말기에도 낙태를 제한하는 것에 찬성하지 않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는 "임신 후기의 낙태는 거의 항상 태아의 이상이나 산모의 생명 때문"이라며 "나는 산모와 의사가 그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믿는다"고 답했다.
반면 디샌티스는 "나는 생명의 문화를 믿는다"며 "낙태에 세금을 지원하려는 좌파의 입장은 틀렸다"고 맞섰다.
트랜스젠더 등 성 소수자에 관한 교육 문제 등을 두고 논쟁하던 중에는 디샌티스의 거친 표현을 두고 뉴섬이 "트랜스젠더 커뮤니티에 대한 공격은 그만두는 게 어떠냐. 당신은 깡패일 뿐"이라며 "사람들을 괴롭히고 모욕하는 일이 당신의 소명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섬 주지사는 이날 토론 내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 입장을 강하게 표명하며 내년 대선 출마 가능성을 일축하려 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환상적으로 잘하고 있다"며 "내년에 재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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