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지분 25%↑합작사 보조금제외에 배터리 업계 추가 부담 우려

입력 2023-12-02 00:51   수정 2023-12-02 00:53

中지분 25%↑합작사 보조금제외에 배터리 업계 추가 부담 우려
향후 지분율 조정 따른 추가 투자 부담…우회 진출 인정에 당혹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미국 재무부가 1일(현지시간) 중국 자본의 지분율이 25%를 넘는 합작법인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자 국내 배터리 업계는 당장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면서도 지분율 조정에 따른 추가 부담 등 후폭풍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IRA의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외국 우려기업(FEOC)에 중국 기업의 합작회사 지분율이 25% 이상인 경우도 포함했다.
그동안 국내 배터리·소재 업계는 IRA FEOC 세부 규정 발표를 앞두고 중국 합작법인에 대한 지분율 제한 범위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이는 미국 수출 우회로를 찾으려는 중국 기업과 안정적인 원료 공급처가 필요한 한국 기업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최근 한중 합작회사 설립 움직임이 활발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화유코발트와 함께 1조2천억원을 투자해 새만금에 배터리 전구체 합작 공장을 짓기로 했고, 화유그룹과 양극재 공급망에 대한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맺고 화유그룹 산하 유산과 모로코에 2026년 양산을 목표로 연산 5만t LFP 양극재 합작공장을 짓기로 했다. 모로코 공장에서 생산하는 LFP 양극재는 북미 지역에 공급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올해 초 중국 리튬화합물 제조 업체 야화와 모로코에서의 수산화리튬 생산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고, 화유코발트와 중국 내 첫 한중 합작 배터리 리사이클 합작법인(JV)을 세우기로 했다.
SK온과 에코프로는 중국의 전구체 생산기업 거린메이(GEM)와 새만금에 전구체 생산을 위한 3자 합작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은 중국 CNGR과 경북 포항에 이차전지용 니켈과 전구체 생산 공장을 짓기로 하고 지난 6월 합작투자계약(JVA)을 체결했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증권거래소 공시를 살펴본 결과 중국 배터리 관련 업체들이 한국 및 모로코와 합작 투자라는 우회 경로를 통해 미국 시장을 노리고 있다며 올해 들어 한국에서 최소 9건의 합작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국내 배터리·소재 기업은 일단 불확실성이 해소된 데 안도하면서 이날 발표 내용을 따져보며 장기적으로 미칠 영향 등을 파악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화유코발트와의 JV에서 생산되는 물량은 중국 내에서 소화되는 물량인 데다 야화와는 아직 MOU 단계여서 이번 세부 규정 발표로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미 공급 물량을 생산할 중국 합작법인이 있는 LG화학 등은 일단 한중 합작법인 지분 비율을 조정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앞서 LG화학은 지난 4월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IRA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화유코발트와 JV를 추진하는 것은 화유코발트가 원재료 확보에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며 "만약 중국회사 지분이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는 내용으로 FEOC가 규정된다면 필요시 화유코발트 지분을 전량 인수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FEOC 세부 규정에 맞춰 중국 합작법인의 지분을 조정하면 보조금을 받는 데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IRA에 따르면 FEOC가 생산한 배터리 부품을 사용하면 2024년부터, 핵심 광물을 사용하면 2025년부터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다만 중국 측의 투자 지분을 낮추기 위해 우리 기업의 추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점은 우려 요인이다. 생산라인 설립에 조 단위 자본이 들어가는 점을 고려하면 지분 추가 매입을 위해 수천억원을 더 투자해야 할 수도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 지분을 매입하는 등 탄력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면서도 "다만 지분 허용 범위가 25%에 그쳐 투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을 아예 배제하기 어려운 만큼 중국 합작법인 지분을 50% 정도까지는 인정해 줄 것을 희망했지만, 기대보다 낮게 나왔다"며 "내부적으로 향후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흑연 등 중국 의존도 높은 핵심광물 요건 달성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에서 긴장한 내색도 역력하다.



포드와 중국 CATL의 합작공장처럼 중국 배터리 기업의 우회로 진출을 사실상 인정한 것도 K-배터리에는 부담이다.
미 재무부는 배터리 부품과 핵심광물 생산에 필요한 기술을 사용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할 경우 기술을 제공하는 중국 기업이 생산 전반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가를 기준으로 삼았다.
현재 포드와 CATL은 포드가 지분 100%를 갖고 CATL은 기술을 지원하고 공장 운영에만 참여하는 형태로 미시간주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미국 기업이 중국 기업의 기술을 받아 배터리를 만들더라도 미국 기업이 생산량과 생산기간을 직접 결정하고, 생산에 필요한 지식재산권과 정보를 사용하는 등 생산 전반을 통제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IRA에 대응해 북미 시장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며 반사이익을 예상했던 국내 배터리 업계 입장에서는 향후 북미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와의 경쟁이 불가피해진 만큼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배터리 업체의 우회 진출을 인정해 K-배터리의 경쟁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며 "중국 업체와 북미 시장에서 정면 대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hanajj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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