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떨어질 때 투자하고 오르면 피해야…강세장에는 차라리 직접 투자"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내년 상반기 대규모 손실이 예고된 홍콩 H지수(HSCEI) 주가연계증권(ELS) 발행량이 올해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거품경제 붕괴 이후 33년 만에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이하 닛케이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발행 규모는 늘어 홍콩 H지수와 역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편입한 ELS는 4천23억원 규모로 발행돼 9월(5천137억원), 10월(4천654억원)에 이어 석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ELS는 기초자산인 주가지수나 개별 종목 가격 흐름이 사전에 정해놓은 조건을 충족했는지 여부에 따라 수익률을 결정하는 유가증권으로, 보통 홍콩 H지수와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유로스톡스50, 코스피200 등이 지수형 ELS의 기초자산으로 많이 활용된다.
홍콩 H지수는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 50개로 산출하는 지수로, 중국 관련 리스크가 불거지면 급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연임에 대한 우려로 '차이나런'(탈중국)이 두드러졌던 지난해 10월에는 하루에만 지수가 6%나 빠졌는데, 이 당시를 기점으로 홍콩 H지수 ELS 발행량도 급감했다.
홍콩 H지수 연계 ELS 월별 발행 금액은 작년 10월 2천966억원에서 같은 해 11월 902억원, 12월 654억원으로 매달 30% 넘게 감소한 뒤 올해 4월까지 8천301억원까지 늘어났으나 다시 4천억원대로 떨어지며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 증권사의 구조화금융 관계자는 "ELS가 '예금보다 더 나은 금리를 주는 중금리 상품' 정도로 인식되다 보니 한번 손실 위험이 생기면 투자금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홍콩 H지수는 변동성이 크다 보니 그와 연계된 ELS도 기피하는 현상이 심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본 도쿄 증시의 대표 지수인 닛케이 지수 연계 ELS는 작년 연말을 기점으로 홍콩 H지수 연계 ELS와 발행 금액이 역전되더니 지난달에는 홍콩 H지수 ELS의 3.5배에 달하는 1조3천952억원어치나 발행됐다.
홍콩 H지수 ELS 발행액이 가장 많았던 2021년 4월에는 홍콩 H지수 ELS가 닛케이 지수 ELS보다 발행량이 3.3배 많았지만, 약 3년 만에 두 ELS 발행 규모가 완전히 역전된 것이다.
특히 홍콩 H지수 ELS 발행 규모가 최저치로 떨어졌던 지난해 11월부터 두 기초자산 ELS 발행 규모 차이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닛케이 지수 ELS는 발행 규모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11월(2천75억원)과 비교하면 6.7배로 증가했고, 올해 1월(5천418억원)에 비해서도 2.6배로 불어났다.
이는 일본 증시가 거품경제 시기인 1990년 8월 이후 올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자 닛케이 지수와 연계된 ELS에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일본 증시는 기업들이 호실적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엔화 약세와 중앙은행의 초완화적 통화정책 등으로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닛케이 지수는 올해 초 이후 30% 상승했다. 지난달 20일에는 장중 33,853.46까지 오르며 3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증시가 오를 때 관련 ELS에 투자하는 것은 리스크를 확대하고 이익은 제한하는 투자 방식이라며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LS는 기초자산 가격이 떨어질 때 원금 손실 위험이 커지는 만큼, 오히려 하락 구간에 있을 때 투자를 늘리고 가격이 오름세에 있을 땐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ELS는 손실은 최대 100%에 이르지만 수익률은 한 자릿수대에 그치는 상품이 많은 만큼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면 차라리 해당 기초자산에 직접 투자하는 게 낫다고 증권가 관계자들은 말한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무릎에 사서 어깨에서 팔라는 투자 격언은 ELS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시장이 급등할 때보다는 급락할 때 접근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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