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주식시장이 5주째 오름세를 이어갔으나 상승 탄력은 둔화된 모습이다.
시장 금리 안정과 미국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를 지지하고 있으나 단기 과열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코스피는 2,500선 부근에서 횡보하는 모습이다.
연말 랠리에 대한 기대가 없지 않지만 물가와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 당장 박스권을 상향 돌파할 동력을 찾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1일 2,505.01로 1주일 전인 지난달 24일(2,496.63)보다 0.33% 오르며 주간 기준 5주 연속 상승했다.
업종별로는 기계(3.09%), 운수장비(2.24%), 운수창고(2.14%), 의료정밀(1.42%), 전기가스(1.32%), 서비스업(1.00%), 전기전자(0.59%) 등이 올랐다.
반면 섬유의복(-3.81%), 음식료품(-2.71%), 비금속광물(-1.82%), 화학(-1.66%), 증권(-1.11%), 보험(-0.86%), 의약품(-0.85%), 통신(-0.67%), 유통(-0.65%), 건설(-0.53%) 등은 내렸다.
한 주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기타외국인 포함)는 1천759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하고 개인도 3천634억원을 순매도했으나 기관은 5천297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닥시장에선 외국인이 4천67억원을 순매수했으나 기관은 2천588억원, 개인은 438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지수도 827.24로 한 주간 1.50% 올라 5주째 상승했다.
이 같은 증시의 상승 흐름은 무엇보다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던 채권 금리의 안정세와 미국 금리인하 기대감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지난 10월 16년 만에 5%를 넘보던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달 초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동결 이후 급락해 현재 4.2%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주 공개된 미국 10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해 2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의 인플레이션 목표치(2%)를 웃돌았지만 연준의 지난 9월 전망치(3.7%)를 밑돌아 물가 상승 둔화의 시그널로 해석됐다.
연준 경기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도 물가와 고용 등 미국 경기의 전반적인 둔화를 시사해 금리인하 시기가 내년 상반기로 앞당겨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키웠다.
우리나라 월간 수출액이 예상대로 10, 11월 2개월 연속 증가하고 특히 반도체 수출이 16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선 것도 증시에 호재다.
국제유가의 하향 안정세는 증시에 우호적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는 지난주 30일 장관급 회의에서 하루 220만배럴 감산에 합의했으나 강제력 없는 자발적 감산이어서 국제유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미국발 고금리 압박에서 벗어나면서 증시 안팎에서 뚜렷한 악재를 찾기 어렵지만, 코스피는 2,500선에 진입하면서 상승 탄력이 눈에 띄게 둔화된 모습이다.
주가지수가 2주째 박스권(코스피 2,490~2,540)에 갇힌 가운데 이차전지, 로봇 등 테마별 종목들로 매기가 도는 순환매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무엇보다 증시가 단기간 급반등한 데 따른 피로감과 부담이 누적됐기 때문이란 게 증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악재가 있다기보다 단시일 내 워낙 강한 게 올랐기 때문에 생기는 부담감에 따른 되돌림으로 볼 수 있다"며 "시장 금리도 살짝 되돌리고 달러도 살짝 되돌리고 주가는 반락이 나오는데 숨고르기 정도로 봐야 할 듯하다"고 분석했다.
코스피는 8월(-2.89%), 9월(-3.56%), 10월(-7.58%) 3개월 연속 조정 국면을 거친 뒤 11월(11.29%) 급반등해 연중 고점(2,668.21)까지 6.5% 남겨둔 상황이다.
이번 주(4~8일) 증시는 뚜렷한 방향성을 띠기보다 박스권에 머물며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을 소화하는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박윤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주도주였던 반도체, 이차전지가 계속 가기에 부담스러운 상황이 온 것 같다. 대표 종목들이 강하게 가기 힘든 상황이라면 주가지수가 크게 오를 힘은 이전보다 적어진 상태로 볼 수 있다"며 "하지만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 둔화) 기대감이 워낙 강한 상황이라 지수가 너무 올라 떨어진다기보다는 박스권 내에서 종목장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잘 버티고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코스피 지수 레벨업보다는 과열 부담을 덜어내고 물량 소화 과정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며 "추격 매수는 자제하고 조정시 매수 전략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스권 상단을 뚫고 올라가기 위해선 국내 경기 회복이나 미국 금리인하 전망을 뒷받침할 가시적인 신호 등 추가 모멘텀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일(현지시간) 애틀랜타 스펠만 대학에서 가진 대담에서 시장에서 형성된 내년 상반기 기준금리 인하 관측이 너무 섣부르다고 지적했으나, 미국 증시는 상승했다.
오는 6일 미국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이 공개하는 11월 미국 비농업 부문 고용과 8일 발표될 예정인 11월 미국 실업률은 미국 통화정책을 점검할 수 있는 지표로 주목된다.
7일은 중국의 경기 회복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11월 중국 수출입 동향이 공개된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수출입과 미국 고용지표를 확인하려는 욕구가 강할 것으로 본다"며 "증시 자체는 큰 움직임 없이 단기적으로 많이 올렸던 걸 되돌리는 약보합 정도의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정명지 연구원은 "이번 주도 증시가 숨고르기를 하면서 주가지수가 횡보할 가능성이 있다"며 "지수가 횡보하면 통상 그동안 테마나 업종별로 세게 올랐던 건 차익매물 나오고 덜 올랐던 건 눈높이를 맞추는 차원에서 올라가는 순환매 움직임을 예상할 수 있다" 말했다.
NH투자증권은 이번 주 코스피 전망치를 2,450~2,570으로 제시했다.
이번 주 국내외 주요 경제지표 발표와 일정(한국 기준)은 다음과 같다.
▲ 5일(화) = 한국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미국 11월 제조업 수주
▲ 6일(수) = 미국 11월 ISM 비제조업 지수, 11월 ADP 비농업 부문 고용
▲ 7일(목) = 중국 11월 수출입
▲ 8일(금) = 미국 11월 비농업 취업자수·11월 실업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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