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회장사 11곳 중 외국계 4곳…국내업체와 인앱 결제 이견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 구글의 한국지사인 구글코리아가 최근 국내 ICT 산업을 대표 단체인 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 부회장사로 승격됐다.
외국계 부회장사가 4곳으로 늘어나면서 국내 IT 현안에 대한 해외 빅테크의 입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4일 IT업계에 따르면 인기협은 지난 1일 저녁 그래비티 서울 판교호텔에서 이사회를 열어 구글코리아의 부회장사 승격을 승인했다.
구글이 2013년 자진해서 부회장사 자리를 내놓은 지 10년 만에 이사회 멤버인 부회장사로 복귀했다.
구글은 2008년 인기협 부회장사가 됐지만 2013년 국내 지도데이터의 해외 반출 제한에 따른 반발과 국내 IT업체와 갈등 등으로 스스로 부회장사에서 물러났다.
구글이 인기협 부회장사 재승격을 추진한 것은 국내 IT 현안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 위한 포석으로 관측된다.
구글은 메타, 애플과 2021년 5월 설립된 미국 정보기술산업협회(ITI) 한국지부 'ITI 코리아' 회원사로 활동하고 있지만 자사 결제 시스템(인앱결제) 의무화 논란 등에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구글은 지난해 6월 자사 인앱 결제 의무화를 본격 시행했다가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 위반으로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47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을 처지에 놓였다.
구글은 인앱 결제 규제에 대해서는 인기협 내 국내 회원사들과 상반된 입장을 갖고 있지만 국내 회원사들이 대표적 킬러 규제로 꼽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에 대한 반대에는 같은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구글의 인기협 부회장사 합류로 국내 IT업계 현안에 대한 해외 빅테크의 입김이 세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기협 이사회 안건 의결에 참여하는 11개 부회장사 중 해외 빅테크는 미국계 구글코리아와 넷플릭스, 메타코리아, 틱톡 운영사인 중국계 바이트댄스 등 4곳으로 늘었다.
IT업계 관계자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인터내셔널기업협회로 변하는 것 같다"며 "국내 인터넷 기업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설립된 인기협이 해외 빅테크의 국내 시장 점유율과 발언권 확대 창구로 쓰이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인기협 관계자는 "외국계 회원사 목소리도 들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외국계가 중요하다면서 무조건 따라가지는 않는다"며 "회원사별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고 완충 작용을 거쳐 외부에 공통된 입장을 발표하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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