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날 줄이야" 아들 군대 보낸 이스라엘 어머니들 눈물

입력 2023-12-04 10:02  

"전쟁 날 줄이야" 아들 군대 보낸 이스라엘 어머니들 눈물
중동과 화해무드 중 전쟁 '충격'…신앙의지·지원단체 가입


(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전쟁은 어머니와 아내들도 피해 갈 수 없다. 전쟁의 고통은 전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전쟁터에 자녀와 남편을 보낸 이스라엘 여성들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 이후 하마스와의 전쟁 수행을 위해 36만 명의 예비군을 동원했다.
의무복무를 마친 뒤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던 수많은 젊은이가 갑자기 전쟁에 동원되면서 이들을 보낸 어머니와 아내들도 걱정과 불안 속에 살게 됐다.
수년 전부터 중동 국가들과 평화협정을 잇달아 체결하고 아랍권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 정상화도 목전에 둔 상황이었기에 이스라엘인들에게 하마스와의 전쟁은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요르단과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로 휴가를 갈 수 있을 정도로 주변 정세가 호의적으로 변하면서 더 이상 전쟁이 없을 것이란 이스라엘인들의 막연한 기대감이 한순간에 무너졌다고 NYT는 설명했다.

남편이 탱크부대 지휘관인 라케페트 요엘리는 부모님은 평화가 찾아왔다고 생각했으며 자식이나 손주들이 전투에 나서는 것은 고사하고 군에 들어가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는 쌍둥이 아들이 모두 가자지구 전투에 참여하고 있다고 요엘리는 눈물지었다.
요엘리는 아들로부터 가자지구 작전에 투입된다는 뜻으로 당분간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연락이 올 때마다 사랑하고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는 말밖에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한숨지었다.
요엘리는 전쟁 전에는 아들들이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면서 지금은 사랑한다는 말도 자주 하는 등 아들들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4명의 아들 중 3명을 전쟁터로 보낸 루시 틱은 자식들이 모두 사라질 때까지 매일 한 명씩 없어지는 느낌이었다고 아들들이 징집될 때의 상황을 떠올렸다.
틱은 면회에서 본 아들들이 항상 배고픈 모습이었다면서 그때마다 안쓰러운 마음에 아들들과 함께 있는 수십 명의 부대원들 모두가 먹을 수 있는 양의 음식을 만들어 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NYT는 전쟁이 길어지면서 사랑하는 가족을 전쟁터로 보낸 어머니들은 신앙에 더욱 의지하거나 지원단체에 가입해 위안을 얻으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어머니들은 조국을 위해 전장에 나간 자녀가 자랑스럽다고 말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결국은 누군가를 죽일 수밖에 없는 전쟁에 동원됐다는 점에서 당혹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요엘리도 "아들이 누군가를 살상하지 않길 바란다. 살인은 아들의 마음에 상처를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과 하마스 보건부에 따르면 전쟁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 1만5천여 명이 사망했으며 이스라엘군에서도 80여 명이 전사했다.
k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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