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제1당 40대 리더 방한…"한국 민주화·경제발전 배우고파"

입력 2023-12-04 15:07  

태국 제1당 40대 리더 방한…"한국 민주화·경제발전 배우고파"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 전 대표,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한국다움'은 할 수 있다는 정신"
5월 총선 돌풍에도 친군부 정당 등 반대로 집권엔 실패…타임지 '떠오르는 인물 100인' 뽑혀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태국도 한국과 같은 길을 가기를 바랍니다."
지난 5월 태국 총선에서 '제1당'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킨 전진당(MFP)의 피타 림짜른랏(43) 전 대표가 한국 방문길에 올랐다.
그는 4∼7일 한국에서 각계 인사와 만나고 강연 등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피타 전 대표는 한국 방문을 앞두고 한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관광공사, YG엔터테인먼트, 크래프톤, 전기차 업체 등 여러 기관·기업, 정계·학계와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는 6일에는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아세안센터가 주최하는 특별강연 '태국 민주주의와 한국-태국 관계의 미래'에 연사로 나설 예정이다.
피타 전 대표는 "한국의 경제적 기적, 소프트파워 산업의 성공, 민주화 등 여러 측면에서 영감을 얻고 배우기를 희망한다"고 한국 방문 이유를 밝혔다.
그는 "내게 '한국다움'(Koreanness)이란 단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뤄낸 '할 수 있다'와 '함께' 정신"이라며 "태국도 한국과 같은 길을 따라가고 한국의 투자, 한국과의 교역이 태국 경제 발전에 주요한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태국에서 금기시되던 군주제 개혁 등 파격적인 공약을 내건 전진당은 지난 총선에서 '군부 대 탁신 전 총리 세력'이라는 오랜 구도를 뒤집으며 태국 정치사에 남을 승리를 거뒀다.
미국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등에서 유학한 피타는 태국을 변화시킬 40대 개혁 기수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선정한 올해 '떠오르는 인물 100인'(2023 타임 100 넥스트)에 유일한 태국인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총리 후보로 나선 그는 친군부 정당 등 기득권 세력의 반대로 의회 투표를 통과하지 못해 집권에는 실패했다.
피타 전 대표는 "유학 시절 한국 친구들에게 1950년대 이후 한국의 투쟁과 저항부터 오늘날 경이로운 발전까지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며 "한국과 태국의 닮은 점을 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과 태국은 공동의 이익을 위해 협력해야 할 전략적 동반자"라며 "중요한 동맹국인 한국은 태국 제1당으로서 당연히 방문해야 할 곳"이라고 설명했다.
피타 전 대표의 이번 방한은 총선 이후 미국에 이은 그의 두 번째 해외 방문이다.
한국 콘텐츠 산업을 살펴보는 것도 이번 방문의 주요 목적이라고 했다.
그는 "양국이 창조 산업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관련 기업과 단체의 리더들을 만나려 한다"고 밝혔다.
피타 전 대표는 이번 방문이 수교 65주년을 맞은 양국 관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입장도 전했다.
태국은 동남아시아 한류 중심지이자 한국전쟁에 군대를 보낸 우방이지만, 최근 태국에서는 한국의 태국 관광객 입국 불허 논란으로 반발 여론이 일었다.
피타 전 대표는 "65년 우정을 소중히 여기며 건설적인 대화를 지속하고 견해차는 좁혀야 한다"며 "태국 제1당으로서 바람직한 양국 관계를 위한 일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태국이 한국의 한-아세안 연대 구상(KASI)의 구심점이 되기를 바란다"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등을 통해 한반도 문제에도 역할을 하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한국 정부·국회 측과는 1978년 마카오에서 실종된 뒤 2005년 납북 사실이 알려진 태국인 아노차 판초이 씨 문제도 논의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피타 전 대표는 총선 과정에서 불거진 미디어 주식 보유 의혹과 관련된 태국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의원직이 정지된 상태다.
당 대표직을 내려놓고 현재 수석 고문을 맡고 있는 그는 헌재 판결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하거나 정치 활동이 금지될 수도 있다.
그는 "우리는 이미 먼 길을 왔고 후회는 전혀 없다"며 "어떤 점에서는 이미 태국을 변화시켰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득권 세력이 변화의 물결을 막을 수는 없다. 이것은 쓰나미"라며 "그들도 마음을 열고 변화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반드시 다시 총리직에 도전할 것"이라며 "한국인과 태국에 투자하려는 한국 기업들을 포함한 모두에게 더 나은 태국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doub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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