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스, IK6 교도소 초기 죄수용병 197명 추적조사…자유·돈·구원 이유로 입대
살아남은 죄수들 "푸틴에 감사"…전쟁 반성은 전혀 없어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용병으로 동원한 중범죄자 약 200명을 추적한 결과, 최소 4분의 1은 사망했고 생존자도 대부분 심각하게 다쳤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자유, 애국심, 금전 보상, 비인간적인 감옥 탈출 등을 이유로 죄수용병이 되기로 결심했다. 일상 복귀 후에도 전쟁에 의문을 가지거나 군대의 잔혹 행위를 반성하는 사람은 없었다.
타임스는 러시아 첼랴빈스크주에 위치한 'IK6'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용병회사 바그너그룹과 '6개월 복무 후 사면' 계약을 맺고 작년 10월 우크라이나 투입된 197명의 이름 등 신상정보를 확보해 추적한 결과, 최근까지 172명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IK6 교도소는 폭력, 살인, 강도, 마약 판매 등 러시아 법이 '중대하다'고 간주하는 범죄를 저지른 자들이 주로 수용되는 곳이다.
바그너의 창시자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당시 IK6 교도소 수감자들 앞에 직접 나타나 전장에 투입되면 죽거나 다칠 수 있지만 그 대가로 사면과 금전적 보상을 하겠다고 제안했다.
모집에 응한 IK6 죄수용병 197명의 평균 연령은 22세였고, 평균적으로 5년의 형량을 남긴 상태에서 입대했다. 일부는 감옥에 갇힌 지 3개월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입대를 결심했다.
이들 가운데 6개월간의 군 복무에서 살아남아 지난 4월 말 첼랴빈스크주로 돌아온 사람은 총 140명이었다.
살아남은 다수는 휠체어를 타는 등 심각한 부상을 입었으며, 일부는 공장에서 일을 찾거나 공부를 하는 등 일상으로 돌아갔다.
타임스가 16명을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계약 조건을 지켜준 바그너와 볼로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들 중 누구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이나 전쟁의 근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가한 잔혹 행위도 반성하지 않았다.
세르게이라는 죄수용병은 전장에서 받은 6개의 메달을 달고 가족을 찾았다면서 "이제 마을 사람들 모두가 그들(죄수용병)을 존경하기 때문에 나에 대한 시선도 바뀌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죄수용병 안드레이는 푸틴 대통령의 어릴 적 애칭인 '보바'를 언급하면서 "보바 삼촌이 나를 용서했고, 나와 내 형제들을 용서했다. 그는 우리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었다"고 밝혔다.
인터뷰에 나선 죄수용병 대부분은 군 복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기를 거부했지만, 전투가 전반적으로 잔인했다고 밝혔다. 또 비겁하거나 불복종했다는 혐의로 병사를 처형한 것으로 알려진 바그너그룹의 가혹한 조치를 부인하지도 않았다.
수감자 중 일부는 다시 범죄에 빠져들었다. 법원 기록으로 확인된 생존 IK6 용병 120명 중 9명은 음주 운전, 마약 범죄,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죄수들은 용병이 되기로 결심한 이유로 애국심과 감옥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열망, 자유로운 행동에 대한 욕구, 금전적 보상 등을 들었지만, '구원'에 대한 희망도 컸다고 타임스는 전했다.
타임스는 99.6%에 달하는 러시아의 높은 유죄 판결률과 긴 징역 기간, 비인간적인 감옥 환경 탓에 사람을 죽여야 하는 전쟁터가 죄수들에게는 자존감을 회복할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대 1천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IK6 교도소는 용병 모집으로 인해 현재 수용인원이 약 900명으로 줄었다.
앞서 바그너 그룹은 수감자 약 5만명이 우크라이나에서 복무했고, 5명 중 1명 꼴로 사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바그너 수장이었던 프리고진이 러시아 군 지휘부에 대한 반란에 실패한 후 지난 8월 의문의 죽음을 당했고 바그너도 해산됐으나 죄수용병 모집은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군은 지난 2월 바그너의 교도소 프로그램을 인수해 운영하면서 모집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러시아 교도소 권리 단체 3곳에 따르면, 올해 러시아군은 재판 전 구금 시설과 이민 구금 시설에서도 병사 모집을 시작했으며, 바그너 참전 용병을 다시 전쟁터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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