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스페인 당국, 식품 사기 혐의로 11명 체포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식용으로 부적합한 최하 등급의 올리브유를 고급 식용 올리브유로 속여 판 일당 11명이 경찰에 체포됐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지 관리들에 따르면 스페인 시민경비대와 이탈리아군 헌병(카라비니에리)는 지난 달 이탈리아 시칠리아와 토스카나, 스페인 시우다드레알 등에 있는 이들의 작업장을 급습해 이 일당이 고급 올리브유로 속여 팔던 기름 26만ℓ가량을 압수했다.
경찰이 압수한 기름은 산도가 높고 맛과 향이 좋지 않아 식용으로는 부적합하다고 여겨지는 최하 등급의 올리브유인 '람판테'(lampante) 등급인 것으로 드러났다.
람판테는 스페인어로 '조명용, 연료용', 이탈리아어로 '밝은, 눈부신'이라는 뜻의 단어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람판테유는 예전부터 식용이 아닌 연료나 공업용으로 사용되어 왔다.
양국 경찰은 체포한 일당 11명이 소유하고 있던 9만1천유로(약1억2천900만원) 가량의 현금과 청구서도 압수했다고 당국자들은 밝혔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당국은 이번 체포에 대한 NYT의 답변 요청에 즉각 응하지 않았다. 체포된 11명의 신원과 구체적인 혐의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NYT에 따르면 유럽 경찰 당국은 올리브유를 비롯해 소고기, 해산물 등의 식재료를 이용한 사기 행각으로 오래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과거 유럽에서는 싼 말고기를 고급 소고기라고 속여 팔거나 사프란과 같은 고급 향신료에 불순물을 섞어 파는 식의 사기가 종종 발각되기도 했다.
이 중에서도 올리브유는 가장 자주 사기에 연루되는 식품 중 하나다.
2022년 유럽연합(EU)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유럽에서 식품 사기 수사 요청이 가장 많았던 식품은 올리브유였다.
특히 올리브유의 주요 생산국인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사기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올리브유 산업을 다루는 전문 매체인 '올리브 오일 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낮은 등급의 올리브유를 최상급인 '엑스트라 버진'으로 속여 판매하려다가 이탈리아 경찰에 적발된 양은 230만ℓ에 달한다.
유로폴(EU 경찰 조직)은 NYT에 "이 같은 불법적인 제품은 공중 보건에 위험을 가할 뿐 아니라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떨어트려 경제적으로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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