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손잡고 반격' 조현식·조희원…'42%+우호지분 방어' 조현범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임성호 기자 =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고문과 차녀인 조희원 씨가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한국앤컴퍼니의 주식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한국타이어가(家)의 '형제의 난'이 2년여만에 재발하는 모양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의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 경영권을 두고 조 명예회장의 차남인 조현범 현 회장과 다른 자녀들 사이 벌어진 분쟁은 2년 전 조 회장이 부친에게 받은 지분을 토대로 회장에 오르면서 일단락된 바 있다.
하지만 조 회장이 올해 3월 회사 자금 200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또다시 구속되고, 조 고문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반격에 나서면서 상황은 다시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만 조 회장의 지분이 40%가 넘는 상황에서 다른 자녀들이 남은 지분을 모두 매수해 과반 지분을 확보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이번 주식 공개매수가 '해프닝'으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조현범 '위기' 틈타 조현식·조희원 경영권 노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 스페셜 시튜에이션스(MBKP SS)의 공개매수 특수목적법인(SPC) 벤튜라는 이날부터 24일까지 주당 2만원에 한국앤컴퍼니 지분 20.35∼27.32%(1천931만5천214∼2천593만4천385주)를 공개매수한다고 공시했다.
목표로 한 물량을 모두 매수한다고 가정하면 5천187억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벤튜라는 일부 지면 언론매체에 주식 공개매수 광고를 내기도 했다.
벤튜라는 지난달 30일 조현식 고문과 조희원 씨와 공개매수 및 보유주식에 대한 권리행사와 관련한 주주 간 계약서도 체결했다.
현재 조 고문은 한국앤컴퍼니 지분 18.93%를, 조씨는 10.61%를 각각 보유 중이다.
두 사람의 합산 지분율은 29.54%로, 공개매수가 성공하면 자사주를 제외한 발행주식의 50.0∼57.0%를 확보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
조 명예회장의 두 자녀가 형제인 조현범 현 회장을 상대로 지분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지난 2021년 말 일단락됐던 한국타이어가의 경영권 분쟁이 다시 불붙는 모습이다.
분쟁은 2020년 6월 조 명예회장이 조현범 당시 사장에게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량(23.59%)을 넘기면서 시작됐다.
지분 양도로 조 명예회장이 차남인 조 회장을 후계자로 내정하자 장남인 조 고문과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 등은 크게 반발했다.
조 이사장은 "아버지 결정이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 의사에 따라 이뤄진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며 조 명예회장의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하기도 했다. 성년후견은 고령이나 장애, 질병 등으로 의사결정이 어려운 성인에 대해 후견인을 선임하는 제도다.
조 고문은 이듬해인 2021년 주주총회에서 자신이 추천한 감사위원을 선출시키며 동생인 조 회장에 대항했지만 같은 해 말 고문으로 물러나고, 조 회장이 회장에 오르면서 '형제의 난'은 마무리되는 모양새였다.
여기에 2022년 조 이사장이 제기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이 기각되면서 조 회장의 경영권 확보는 안정권에 들었다.
하지만 조 회장이 올해 초 200억원대 횡령·배임과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로 구속되자 조 회장을 둘러싼 부정적 여론 등을 등에 업고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조 고문이 다른 형제들과 함께 반격에 나선 상태다.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조현식 고문이 절치부심해 반격을 노린다는 소문은 업계에서 계속해서 들렸다"고 말했다.
◇ 조현범 지분율 높아 '경영권 방어' 가능성…우호지분 확보 주력할듯
다만 조현범 회장의 한국앤컴퍼니 지분율이 42.03%에 달해 다른 자녀들이 공개매수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현재 시장에 풀린 한국앤컴퍼니 지분은 약 27% 정도다. 다만 이를 대부분 매수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에서 '조 회장에게 유리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한국앤컴퍼니의 주가가 경영권 분쟁 재발 소식에 조 고문 등이 제시한 공개 매수 가격 2만원을 넘어서 일반 주주들이 조 고문과 MBK파트너스에 주식을 팔 유인도 사라진 상태다.
이날 한국앤컴퍼니의 주가는 전날보다 29.9% 오른 2만1천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만약 조 회장이 공개매수 가격을 올려 지분을 8%가량만 더 확보해도 지분율은 과반이 넘어가 안정적인 경영권 방어가 가능하다. 이 같은 '대항 공개매수' 대신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경영권 방어에 나설 수도 있다.
한국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는 조 고문 측이 사모펀드와 손잡고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것을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로 보고 방어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고문 측이 내년 주주총회 등에서 계속 경영권을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조 회장의 추가 주식 매수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이번 사태로 주가가 크게 오른 만큼 추가 주식 매수는 조 회장에게도 부담일 수 있다.
한국앤컴퍼니 관계자는 "조 회장 보유 지분과 우호 지분이면 경영권 방어에 큰 문제가 없다"며 "필요하면 일부 추가 매수를 할 수 있으나, 지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vivid@yna.co.kr,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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