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전 후 가장 격렬한 하루…전쟁 새로운 단계 맞아"
국제사회 휴전 요구에도 네타냐후는 가자 재점령 시사 '마이웨이'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휴전 종료 이후 전투를 재개한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에 이어 남부에서도 본격적인 대규모 지상전에 나섰다고 5일(현지시간) 외신들이 보도했다.
가자지구 제2의 도시이자 남부 최대 도시인 칸 유니스에 전차를 앞세운 이스라엘군이 진입해 이번 전쟁 들어 가장 치열한 시가전을 펼치는 등 전쟁이 북부에 이어 남부에서 2단계로 접어들었다.
오는 7일 전쟁 2개월을 앞두고 민간인 사망자가 1만6천 명을 넘기면서 휴전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압박도 계속되고 있으나,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재점령까지 시사하는 등 전쟁의 끝을 보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 이스라엘군 "집집마다 무기, 여러 집에서 테러리스트와 교전"
이스라엘군은 공중 지원을 받은 지상군이 칸 유니스를 포위하고 일부는 중심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 남부군 사령관 야론 핀켈만 소장은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오늘 저녁부터 칸 유니스의 심장부에도 진입한다"며 "오늘은 사살한 테러범 수와 교전 횟수, 지상 및 공중 무기 사용 횟수 등 측면에서 지상전이 시작된 이후 가장 격렬한 하루"라고 밝혔다.
헤르지 할레지 참모총장은 "거의 모든 건물과 집에서 무기를 발견하고 있다. 여러 집에서 테러리스트를 발견해 교전을 벌이고 있다"며 "그들의 수법이 집에 무기를 비치한 뒤에 민간인으로 위장한 테러리스트가 도착해 전투를 벌이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 에일론 레비는 "우리는 이제 두 번째 단계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단계는 군사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스라엘 남부의 분리 장벽을 넘어온 이스라엘군 전차가 칸 유니스 동쪽 외곽에 있는 바니 수하일라에 진입했고 일부 전차는 시내로 더 깊이 들어가 하마스 시티 주거단지 부근에 자리를 잡았다.
하마스는 이날 이스라엘군 10명을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하마스 군사조직 알 카삼 여단은 이날 칸 유니스 일대에서 이스라엘 군용차량 24대를 파괴하고 이스라엘군 6명을 저격했다고 밝혔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 병원마다 사망자 줄이어…"지옥 같은 시나리오 펼쳐질 수도"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이스라엘군이 데이르 알발라의 주택을 공격해 다수의 피란민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슈하다 알 아크사 병원장인 에야드 알 자브리 박사는 최소 45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칸 유니스의 나세르 병원에는 이날 오전에만 43구의 시신이 실려왔다.
하마스 공보실은 지난달 7일 전쟁 발발 이후 지금까지 어린이 7천112명, 여성 4천885명 등 최소 1만6천248명이 사망하고 4만2천여 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주민들을 위해 대피 지역을 알리는 온라인 지도를 공개하고 있으나, 주민들은 이스라엘이 대피 지역까지 폭격하고 있다면서 안전한 곳이 없다고 호소했다.
린 헤이스팅스 유엔 팔레스타인점령지구 인도주의 조정관은 "가자지구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고, 더 이상 갈 곳도 없다"며 "주민들에게 구호품 전달도 불가능하다. 더욱 지옥 같은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은 2단계 시가전을 맞아 이스라엘에 대해 국제 인도주의법을 준수하고 민간인 보호 조처를 강화하라고 거듭 압박했다.
국무부는 이날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에 폭력을 행사한 일부 유대인 정착민에 대한 입국 금지 방침을 발표했다. 국무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에 대해 민간인을 상대로 한 폭력에 적극적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노르웨이 난민위원회(NRC) 얀 에겔란드 위원장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절대 자기 방어라고 할 수 없다"며 "가자지구의 상황은 인도주의의 완전한 실패다. 살인은 중단돼야 한다"고 비난했다.
◇ 네타냐후 "가자 무기한 보안통제권 유지해야"…인질 생사 불투명
그러나 이스라엘은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 재점령을 시사하는 등 강경론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대한 무기한 보안 통제권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스라엘군만이 가자 비무장화를 보장할 수 있다. 국제군은 이를 책임질 수 없다"며 "다른 어떤 합의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은 민간인 피해에 대해 주거지역에 지하터널을 파고 군사작전을 벌인 하마스에 가장 큰 책임이 있으며, 자신들은 해당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강력한 무력을 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레비 대변인은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하마스 파괴라는 목표와 일치하는 선에서만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한 건설적 피드백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
전투가 더욱 치열해지면서 여전히 억류 상태인 인질 138명의 생사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공격이 멈출 때까지 협상이나 인질 석방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이스라엘에서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 내각과 면담한 인질 가족들이 정부를 향해 거친 불만을 쏟아냈다.
AP에 따르면 일부 가족은 정부에 즉각적인 구출 계획이 없다며 고성을 질렀고, 절반가량은 회의가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떴다.
jos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