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로봇 연 2천200대 생산…내년 4천대 생산체제로
4개 공정서 7차례 품질검사…5년여간 로봇 안전사고 '전무'
'콕핏'으로 조작하고 충돌하면 멈추는 협동로봇…"안전·혁신에 초점"
(수원·성남=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지난 5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수원델타플렉스 내 두산로보틱스[454910] 생산공장 앞.
푸드테크 스타트업 로보아르테의 치킨 브랜드 '롸버트치킨' 푸드트럭에서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이 순살치킨을 쉴 새 없이 튀겨내고 있었다. 사람은 뜨거운 기름 앞에 서 있는 대신 재료에 튀김옷을 입혀 튀김 바구니에 넣고, 완성된 튀김에 양념을 버무리는 일을 했다.
이 로봇은 한 시간에 최대 50마리의 치킨을 '같은 품질로' 튀길 수 있다. 전력 소모량은 전자레인지보다도 적다. 두산로보틱스는 튀김옷 반죽 등도 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해 내년 중 상용화할 계획이다.
공장 1층 입구 앞에 놓인 맥주 로봇은 약 10초 만에 생맥주 한 잔을 뽑아내고 있었다. 거품양은 균등했다.
2층 직원 휴게실에 놓인 커피 로봇 '닥터프레소'는 팔을 360도로 돌려 커피를 컵에 받아 내밀었다.
두산로보틱스 공장에서는 이처럼 일상 곳곳에서 사람을 대신하는 협동로봇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작동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협동로봇은 사람과 한 공간에서 일할 수 있도록 설계된 팔 모양의 로봇이다. 안전을 위해 사람과 독립된 공간에서 작동하는 산업용 로봇과는 구분된다.
우선 1층 생산라인을 둘러봤다.
1천983㎡(600평) 남짓한 크지 않은 공간에서 기술직 직원 25명이 협동로봇을 조립하거나 품질 검사를 하고 있었다.
조립 공정은 조인트 모듈과 로봇 암(팔), 시운전, 캘리브레이션(미세 조정) 등 4개 과정으로 나뉜다.
조인트 모듈은 로봇의 관절에 해당하는 6개 축(모듈)을 만드는 공정이다.
현재 8개의 수동 셀과 1개의 자동 셀 등 총 9개 셀에서 조인트 모듈을 생산하는데, 내년에는 자동 셀 8개를 더 설치해 생산량을 연 2천200대에서 4천대로 2배가량 늘릴 계획이다.
수동 셀에서는 조인트 모듈을 만드는 데 60분이 걸리지만, 자동 셀에서는 약 37분으로 시간이 대거 단축된다. 조인트 모듈 공정에서 4차례 품질 검사를 거쳐야 다음 공정으로 넘어간다.
시운전 공정에서는 13시간에 걸친 안정성 시험이 이뤄진다. 추를 매달고 작동하는 '부하 테스트'(12시간)와 '무부하 테스트'(1시간)가 그것이다.
마지막 캘리브레이션 공정에서는 시운전 공정에서 검증한 동작이 얼마나 정밀하게 구현되는지를 확인한다.
품질팀의 출하 검사까지 총 7차례의 품질 검증을 통과한 협동로봇만이 고객에게 인도된다.
김대근 두산로보틱스 생산 담당 오퍼레이션(운영) 팀장은 "만에 하나 불량이 발생하더라도 공장 안에서 다 해결한다는 사명감으로 운영한다"고 말했다.
두산로보틱스의 제품들은 5∼25㎏의 물체를 작동 반경 0.9∼1.7m 내에서 옮길 수 있다. 산업용 로봇과는 달리 로봇 자체 무게가 75㎏에 불과하고 정교한 동작을 할 수 있어 활용도가 매우 높다.
이 때문에 물건 집어 옮기기, 접착, 포장, 용접, 플라스틱 사출 보조, 건설 타공 등 산업용으로 쓰일 뿐 아니라 치킨 튀기기, 국수 삶기, 아이스크림 만들기, 커피 내리기, 전기차 충전 등에도 투입될 수 있다.
아직 '극도로 정교한 작업'은 어렵지만, 프로그램과 팔 끝에 부착된 도구만 바꾸면 전천후 능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종이상자를 집어 들어 팔레트 위에 차곡차곡 쌓는 '공항 수하물 처리' 로봇, 용접을 수준급으로 해내는 '레이저 용접' 로봇, 박스 안에 섞인 여러 부품 중 필요한 것을 찾아 지정된 장소로 옮기는 '빈 피킹' 로봇이 작동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두산로보틱스 관계자는 "협동로봇 투입으로 작업자들이 겪는 근골격계 질환과 호흡기 질환을 막고 작업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복강경 수술을 할 때 내시경 카메라가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 주는 의료용 로봇도 눈에 띄었다. 내년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뒤 시판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경기 성남 분당두산타워에서는 로봇을 직접 조작할 기회가 주어졌다.
로봇 팔에 장착된 조작 버튼 '콕핏'을 통해 생각보다 간단히 로봇 조작이 가능했다. 콕핏을 협동로봇에 장착한 것은 두산로보틱스가 처음이다.
손가락으로 살짝 밀자 지시한 대로 움직이던 로봇은 이내 작동을 멈췄다. 사람과 나란히 서서 작업하는 만큼 인체나 다른 사물에 부딪혔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장치다.
전대규 두산로보틱스 엔지니어는 "우리 로봇은 타사와 달리 조인트 토크 센서(JTS) 민감도를 원하는 대로 설정할 수 있다"며 "95% 정도로 설정된 로봇은 새끼손가락으로 가볍게 밀어도 멈추는 안전성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두산로보틱스가 2018년 처음 제품을 내놓은 이후 안전사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한다.
이광규 로봇연구소 상무는 "두산로보틱스는 항상 안전과 혁신에 초점을 두고 사업을 이끌어 왔다"며 "우리가 그간 내놓은 어떤 제품도 혁신적이지 않은 것이 없으며, 경쟁자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은 제품이 없다"고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두산로보틱스는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서 협동로봇에 생성형 인공지능(GPT)을 접목한 솔루션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YNAPHOTO path='AKR20231206174800003_10_i.jpg' id='AKR20231206174800003_2301' title='협동로봇 교육용 키트를 소개하는 두산로보틱스 직원' caption='[두산로보틱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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