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 내년 예산안 크리스마스 전 합의"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독일에서 사상 초유의 예산 대란을 초래한 주범 중 하나인 '국가부채 제동장치'의 효용성에 대한 논란이 고조되고 있다.
독일 정부 자문위원회도 국가부채 제동장치에 대한 전반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 크리스티안 린트너 독일 재무장관 등 신호등 연립정부 수장들은 6일(현지시간) 내년 예산안에 대한 집중 협의를 이어갔다.
슈테펜 헤베슈트라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크리스마스 전 내년 예산안에 대한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지난달 15일 독일 정부의 올해와 내년 예산이 헌법에 위배돼 무효라고 판단했다. 문제가 된 것은 정부가 국가부채 제동장치를 회피하기 위해 활용한 특별예산이다.
2021년 코로나19 위기 와중 집권한 숄츠 총리의 신호등 연립정부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대대적인 신규사업을 약속하면서 부족한 재원을 메우기 위해 코로나19 대응에 쓰이지 않은 600억 유로(86조원)를 기후변환기금(KTF)으로 전용하기로 했다.
2009년 독일 헌법에 규정된 국가부채 제동장치는 정부가 국내총생산(GDP)의 0.35%까지만 새로 부채를 조달할 수 있도록 제한한다. 다만, 자연재해나 특별한 위기 상황에서는 연방의회에서 적용 제외를 결의할 수 있다.
2021년에는 코로나19 위기로 국가부채 제동장치 적용 제외가 결의돼 있었기 때문에 당해 사용하지 않은 돈을 추후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같이 국가부채 제동장치를 우회하기 위한 조처가 위헌으로 판결 나 예산 대란이 일어나면서 제동장치의 효용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가장 큰 비판의 지점은 정부 지출이 어디에 어떤 형태로 이뤄질지 고려하지 않은 채 상한선을 결정했다는 점이다. 경제전문가들은 국가의 투자는 소비지출과 다르게 취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힘 트루거 뒤스부르크대 경제학과 교수는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에 "국가부채 제동장치의 설계오류 중 하나는 투자 지향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미래에 이득이 생기는 투자의 경우 빚을 내 차세대와 공동으로 감당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연합(EU) 관례에 따라 투자를 규정하고 GDP의 1~1.5%에 상한을 둔다면 지속가능성에 대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정부의 경제정책 '바이드노믹스'를 설계한 브라이언 디즈 전 대통령 수석 경제보좌관은 독일 디차이트 기고문에서 "국가부채 제동장치는 독일의 손발을 묶는 구속복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의 문제는 국가부채 제동장치 자체"라면서 "임의로 정해진 연간 부채 상한은 기업이 생산성을 높이는 투자 결정을 하기 전 필요로 하는 장기적인 계획 안정성에 걸림돌이 된다"고 말했다.
경기 상황에 따른다는 부채 제동장치 관련 규정 때문에 독일은 위기 후 성장잠재력을 완전히 발휘할 수 없고, 절약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공공투자를 제때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국가부채 제동장치는 독일을 자멸로 이끌었다"면서 "독일은 부채 제동장치 도입 후 오랫동안 기반 시설에 투자하지 않으면서 주요 20개국(G20) 중 아르헨티나와 함께 유일하게 역성장하고, 향후 5년간 성장세가 주요국보다 뒤처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독일 기업 3곳 중 한 곳은 국외 투자를 선호한다. 이 비중은 1년 전보다 2배로 늘어났다.
그는 "독일이 구속복을 벗어 던지고, 경제 성장엔진을 다시 가동할 수 있다면 이는 유럽 전체의 성장을 가져올 것"이라며 "독일 정부는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재정정책을 개혁해야 한다. 정부 투자에 따른 효용을 누리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하베크 부총리 자문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국가부채 제동장치를 조심스럽게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경제·기후보호부에 제출했다.
이들은 정부의 투자에 대해서는 추가 부채를 허용하는 황금률 플러스 원칙과 수년간의 투자지원 연합 결성 등을 제안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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