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단일화 무산 전후 25.2%→17.7%→14.8%…언론 "선거 가까워질수록 추세 확연해질듯"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대만 총통 선거를 한 달여 앞둔 가운데 중도 노선의 민중당 커원저 후보 지지율 추락세가 뚜렷해지면서 '미중 대리전' 양상이 굳어지고 있다.
7일 대만 인터넷 매체 '미려도전자보'(美麗島電子報·My-Formosa.com)가 지난 1일과 4∼5일 20세 이상 성인 1천76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전날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중당 커원저-우신잉 총통·부총통 후보 지지율은 14.8%로 집계됐다.
이는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샤오메이친 후보의 38.3%, 국민당 허우유이-자오사오캉 후보의 31.4%와 비교할 때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야당 후보 단일화 무산 이후 허우 후보와 커 후보가 각각 부총통 후보를 지명한 뒤 지난달 24일 국민당과 민중당 후보로 공식 등록하고 나서 커 후보 지지율 하락이 두드러진다.
이 매체의 야당 단일화 무산 직전(지난달 21∼23일) 여론조사를 보면 3자 대결에서 커 후보가 지지율 25.2%로, 31.4%의 라이 후보 그리고 31.1%의 허우 후보와 비교할 때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단일화 무산 이후인 같은 달 27~28일 조사에선 커원저-우신잉 조합 지지율이 17.7%로 급락하면서 라이칭더-샤오메이친(36.6%) 그리고 허우유이-자오사오캉(30.5%)과 큰 격차로 벌어졌다.
야당 단일화 시도 이전에는 선두인 라이 후보를 커 후보가 바짝 쫓는 1·2위 구도였으나, 단일화 무산 이후엔 라이 후보와 허우 후보가 1·2위를 차지하고 3위인 커 후보 지지율은 하락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려도전자보는 총통 선거일인 내년 1월 13일에 가까워질수록 이 추세가 확연해질 것으로 봤다.
외신에선 이를 두고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 양상이 뚜렷해지는 걸로 분석한다.
2016년과 2020년 차이잉원이 연거푸 총통에 당선된 이후 민진당이 이번 선거에서도 독립 성향을 분명히 드러내면서 친미 행보를 분명히 하는 가운데, 독립 행보에 반발해온 중국이 이번에야말로 친중 세력인 국민당 집권을 갈망하면서 노골적인 선거 개입을 하는 분위기가 짙어질 거라는 것이다.
실제 중국은 대만해협 안보 위기 조성과 대(對)대만 무역 제재 또는 양안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제한·파기 위협 등의 경제적 강압 조치로 위협을 가하는 동시에 대만 이민자들에 대한 특별 대우 등 친중 메시지를 지속해 발신해왔다.
사실 중국에 대만은 통일해야 할 대상이지만, 현재 중국이 처한 어려움을 타개할 방책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선거 개입 강도가 높아진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첨단기술 제재로 미래 산업 발전 역량을 차단하려는 상황에서 세계 첨단 반도체 산업 선두권인 대만은 중국에 절실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은 대만과 통일을 이루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대만에 '친중 정권'이 들어서야 한다는 절박감을 갖고 있다.
미국은 내심 친미 성향의 민진당의 재집권을 바라지만, 대만과 대만해협의 현상 변경 불허와 함께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아울러 대만 선거에 엄정 중립을 천명해왔다.
미국은 그러면서도 중국의 대만 총통 선거 개입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대만 선거 절차를 존중하라고 요구했고, 대만 주재 대사관 격인 미국재대만협회(AIT)의 샌드라 우드커크 타이베이 사무처장도 지난 4일 "대만 선거는 외부 간섭을 받아선 안 된다"고 강조함으로써 이런 의지를 드러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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