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미주인권재판소 판결과 달리 자유 허용…수년간 공방 지속돼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반인륜적 범죄로 실형을 받고 복역 중이던 알베르토 후지모리(85) 전 페루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사면 복권 결정에 따라 6일(현지시간) 석방됐다.
엘코메르시오와 안디나통신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 30분께 수도 리마 외곽 바르바디요 교도소에서 차를 타고 밖으로 빠져나온 뒤 게이코 후지모리 민중권력당(FP) 대표와 켄지 후지모리 전 의원 등 두 자녀와 함께 게이코의 자택으로 향했다.
지지자들은 교도소 앞에 몰려와 "자유"를 외치며 후지모리 전 대통령을 환영했다고 매체들은 전했다.
아들인 켄지 전 의원은 "부친에게 사면을 베풀어준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전 대통령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1990∼2000년 재임 중 페루에서 자행된 학살·납치 등과 관련해 지난 2009년 징역 25년 형을 받았다.
그로부터 8년여 뒤인 2017년 12월 쿠친스키 당시 대통령은 건강 악화를 이유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을 사면했다.
이는 탄핵 위기에 몰렸던 쿠친스키 전 대통령의 자진 사임으로 이어지는 '탄핵 반대표 매수 파문'을 낳기도 했다. 쿠친스키 전 대통령이 후지모리의 딸 게이코가 대표로 있는 보수야당과 '후지모리를 사면하는 대신 자신의 탄핵 반대표를 받아내는 거래를 했다'는 게 그 내용이다.
페루 법원은 이후 2018년 10월 후지모리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취소했지만, 헌재는 다시 지난해 3월 사면 결정을 되살리라고 결정했다. 다만, 페드로 카스티요 당시 페루 정부는 "그를 석방해선 안 된다"는 2022년 4월 미주기구(OAS) 산하 미주인권재판소 판결에 근거해 자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대통령 사면→법원 취소→헌재서 구제→미주재판소 반대'로 이어졌던 공방은 지난 달 후지모리 전 대통령 변호인 측에서 제기한 일종의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헌재에서 재차 받아들이면서 다시 불거졌고, 디나 볼루아르테 현 정부는 전임 정부와는 달리 미주인권재판소 판결 이행 대신 헌재의 석방 결정을 이날 집행했다.
앞서 페루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현재 기준으로 미주인권재판소 판결은 유효하다"고 말한 바 있다. 볼루아르테 정부가 일주일 만에 갑작스럽게 입장을 뒤집은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스페인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는 약 27만명의 여성 원주민을 상대로 가족계획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강제 불임 수술을 자행한 것으로도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집권 기간 의원들에게 뇌물을 주고 '정적'을 불법으로 사찰한 혐의도 받았다.
현재 그는 호흡기·신경계 질환을 앓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암으로 몇 차례 수술을 받기도 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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