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산 아기들 퇴원 앞두고 터진 전쟁에 발 묶인 부모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팔레스타인 세쌍둥이가 전쟁이 터지는 바람에 부모와 생이별하게 된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6일(현지시간) 미국 NBC 방송에 따르면 하난 베이유크(23)는 고위험 임신부로 분류돼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로 입국한 뒤 지난 8월 24일 동예루살렘 마카세드 병원에서 세 딸을 출산했다.
31주 만에 태어난 삼둥이는 출산 직후 인공호흡기를 착용해야 했지만, 베이유크는 출산 후 사흘 만에 입국 허가가 만료돼 아기들을 남겨둔 채 가자지구로 돌아와야 했다.
이후 한 달여 만에 아기들은 퇴원할 준비를 마쳤지만, 돌연 10월 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벌어졌다.
아기들을 데리러 다시 이스라엘로 입국하려던 베이유크는 전쟁으로 봉쇄된 가자지구에 발이 묶이고 말았다.
아버지인 파티 베이유크는 아기들이 태어난 지 3달이 넘도록 아기들을 직접 보지 못했다.
이루 말로 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달랠 길은 의료진이 보내주는 아기들의 사진과 영상을 보는 것뿐이다.
휴대전화 화면에서 담요에 싸인 아기의 작은 얼굴이 보이자 이들 부부는 뽀뽀를 날리고 딸들의 이름을 부르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고 NBC는 전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일 뿐 아기들을 안을 수 없다는 현실에 부부의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파티 베이유크는 "아기는 나의 영혼이고 나의 별"이라고 말했다.
하난 베이유크는 "전쟁이 우리를 갈라놨다. 아기들을 안아주고 싶다"고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이들은 아기들을 하루라도 빨리 데려오고 싶지만, 전쟁통에 아기들을 데려와도 걱정이라고 했다.
하난 베이유크는 "아기들이 그냥 거기 있는 게 더 안전하다"며 "여기 상황이 너무 나쁘다. 아기에게 줄 우유나 기저귀도 없고 우리가 먹을 음식도 없다"고 말했다.
지금 베이유크 부부가 살고 있는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도 이스라엘군이 진입해 시가전이 벌어졌다.
이들이 사는 집에는 다섯 가족이 머물고 있는데, 먹고 마실 것도 거의 구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가자지구의 병원들은 미숙아를 돌볼 의약품과 전기마저 떨어졌다.
마카세드 병원 신생아실 책임자인 하템 카마쉬 박사도 "아기들이 분유를 탈 물도 없는 곳에서 어떻게 살 수 있겠나"라며 아기들이 병원에 머무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결국 지금으로선 사진과 영상이 가족들의 유일한 상봉 수단이지만, 이마저도 언제까지 계속될지 장담할 수 없다.
폭격과 봉쇄로 가자지구의 인터넷과 전화 연결이 불안정한 탓이다.
죄 없는 가족들이 결합할 수 있는 길은 전쟁을 끝내는 것뿐이라고 이들은 호소했다.
파티 베이유크는 "우리는 전쟁 중이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아기들이 그곳에 안전하게 머물게 해줬으면 한다"며 "이 전쟁이 빨리 끝나서 아기들을 데려와 함께 살고 싶다"고 말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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