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간 차례로 촛대 점등…각국서 '평화 기원' 촉구
美뉴욕 유대교 회당서 총격…20대 남성 용의자 체포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발발 두 달이 된 7일(현지시간) 저녁 유대교 명절인 '하누카'가 시작되자 이스라엘은 물론 유럽 등 곳곳에서 평화를 기원하는 촛불이 밝혀졌다.
각국 정상들은 직접 유대인 행사에 참여하거나 영상 메시지를 내고 반(反)유대주의에 맞선 연대를 강조했다.
DPA·AP통신과 이스라엘 일간지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날 저녁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하누카를 맞아 베를린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진행된 촛불 점등식에 참석해 직접 불을 밝혔다.
하누카는 기원전 2세기 유대인들이 셀레우코스 왕조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예루살렘 성전을 되찾은 것을 기념하는 유대교의 겨울 명절이다.
당시 성전 촛대의 기름이 하루치밖에 남지 않았는데 8일간 타오른 '빛의 기적'을 기려 하누카는 8일간 지속된다. 유대인들은 이 기간 메노라(유대교 의식에 쓰이는 여러 갈래로 나뉜 큰 촛대)에 차례로 불을 붙인다.
숄츠 총리는 점등식에서 메노라의 첫 번째 촛대에 불을 밝히고 유대인과의 연대와 반유대주의 차단, 인질의 즉각적 석방을 촉구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숄츠 총리가 브란덴부르크문의 메노라에 불을 붙인 첫 독일 총리라고 전했다.
그는 연대와 연민이 "지금 이 시기에 특히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우리 모두는 '다시는 안 된다'는 말에 힘을 부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차대전 시기 나치가 자행한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를 공식 사죄한 독일은 지난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직후부터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연대를 표명해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랍비(유대교 율법 교사)들과 함께 메노라에 불을 밝히는 모습 영상을 소셜미디어 엑스(X)에 올렸다.
유대인인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에 밝혀지는 신성한 하누카의 불빛은 빛은 언제나 악을 이긴다는 사실을, 또 우리가 싸우는 이유인 삶의 가치를 일깨운다"고 적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X에 올린 영상 메시지에서 "우리 정부는 어떤 형태의 반유대주의나 혐오도 용납할 수 없다"며 "하누카의 교훈과 메노라의 불빛이 이 어려운 시기에 새로운 희망을 가져다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X에 "하누카가 모든 이들의 삶에 평화와 희망, 밝음을 가져다주기를"이라고 적고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태그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도 유대인들을 비롯한 시민들이 대형 메노라에 불을 붙이고 하마스에 끌려간 인질들의 무사 생환을 기원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싸우는 이스라엘 군인들 역시 총구를 잠시나마 뒤로 하고 촛불을 밝히며 하누카 첫날을 기념했다.
일부는 기타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며 모처럼 축제 분위기를 즐기기도 했으며 자원봉사자들은 군인들에게 하누카 때 먹는 전통 도넛 '수프가니야'를 나눠주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뉴욕에서는 유대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오후 2시께 뉴욕 북부의 한 유대교 회당에서 한 남성이 엽총 두 발을 쐈다.
경찰은 부상자는 나오지 않았으며 28세 남성 용의자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범행 동기는 조사 중이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하누카 첫날 유대교 회당에서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일이 발생해 개탄스럽다"며 유대인 지역 순찰을 강화하는 등 유대인 공동체의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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