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네스티 등 인권단체 성명…국제언론인단체도 투명한 조사 촉구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관련해 숨진 언론인 최소 63명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국제 인권단체들은 지난 10월 레바논 국경에서 포격을 맞고 종군 기자가 숨진 것과 관련해 이스라엘에 전쟁범죄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7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당시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에서 취재 도중 로이터 통신 촬영기자 이삼 압달라(37)가 포격에 숨지고 다른 기자들이 다친 것과 관련해 "민간인에 대한 직접적 공격일 가능성이 높고 전쟁범죄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이날 밝혔다.
앰네스티는 특히 자체 조사를 통해 전투를 보도하던 언론인들에 대한 공격을 보여주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도 이날 이스라엘의 공격은 민간인들에 대한 의도적 공격이라는 점이 분명하다며 이스라엘의 전쟁범죄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HRW는 이스라엘군이 민간인들을 향해 발포했다는 점을 알았거나 알고 있었어야 했다는 점을 나타내는 증거가 있다며 사건 관련 동영상과 사진, 목격자 및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통해 검토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압달라를 비롯한 기자들이 당시 전투가 벌어지던 곳에서 가까이 있지 않았고 주변에 군사 목표물도 없었다고 HRW는 강조했다.
이같은 목소리는 앞서 나온 로이터 발표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로이터는 이날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지난 10월 13일 압달라 기자가 죽고 AFP 통신과 알자지라 기자 6명이 크게 다친 것은 국경 너머에 있던 이스라엘 탱크가 조준 사격을 한 탓이라고 주장했다.
로이터는 30명 이상의 정부 및 안보 관리, 군사 전문가, 과학 수사요원, 변호사, 응급구조대원, 목격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며 사건 전후 촬영 영상과 사진, 현장과 인근에서 수집한 폭탄 파편 등을 분석했다고 전했다.
죽거나 다친 기자들이 취재진임을 표시하기 위해 '프레스'(Press) 표식이 있는 방탄조끼와 방탄모를 착용했는데도 이들을 향해 포를 쏜 것은 의도적이라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당시 기자들은 나무나 건물에 막히지 않고 트인 지역에 있었으며 상공에는 드론(무인항공기)들이 날고 이스라엘 헬기가 정찰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모든 유엔 회원국이 비준한 1949년 제네바협약에 따르면 전쟁에서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는 것을 금지한다.
이스라엘은 전투에 참여하지 않은 민간인을 의도적으로 공격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일론 레비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도 이날 TV로 중계된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우리는 민간인을 겨냥해 발포하지 않으며 민간인이 다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표적 공격'을 했다는 주장을 반박할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언론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이날 성명을 통해 앰네스티, HRW, 로이터 등이 내놓은 보고서를 환영한다며 "가해자들의 책임을 묻는 즉각적이고 독립적이며 투명한 조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인한 언론인 인명피해는 계속 늘고 있다.
CPJ에 따르면 지난 10월 7일 하마스 기습에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과 관련해 피살된 언론인은 최소 63명이다.
이들 중 팔레스타인인이 56명으로 가장 많고 이스라엘인 4명, 레바논인 3명 등이다.
특히 34명이 숨진 10월은 CPJ가 관련 집계를 시작한 1992년 이후 언론인 사망자가 가장 많은 달로 파악됐다.
또 이번 전쟁으로 언론인 11명이 다치고 3명이 실종됐으며 다른 언론인 19명이 체포됐다고 CPJ가 전했다.
CPJ의 중동·북아프리카 담당자 셰리프 만수르는 "언론인은 위기의 시기에 중요한 일을 하는 민간인"이라며 "이 지역 언론인들은 가슴 아픈 분쟁을 취재하려고 많은 희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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